“특정분야 편중 안돼” 방송법 외면
보도 치우친 편성을 되레 치켜세워
콘텐츠 투자, 계획대비 47%뿐인데
종편 덕에 케이블도 투자 늘려 주장
지상파1곳-종편4곳 시청률 비교왜곡
보도 치우친 편성을 되레 치켜세워
콘텐츠 투자, 계획대비 47%뿐인데
종편 덕에 케이블도 투자 늘려 주장
지상파1곳-종편4곳 시청률 비교왜곡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소유한 신문들이 종편 출범 2년을 맞아 부정적 평가를 받는 측면을 성과로 포장하고 억지스런 시청률 집계를 내세우는 등 지나친 아전인수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
<티브이조선>을 소유한 <조선일보>는 4일 ‘오락 일색이었던 지상파, 종편의 보도·교양으로 균형 찾았다’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앞세운 기획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종편 개국으로 지상파 독과점 체제가 훼손했던 시청자의 볼 권리가 되살아나고 있다”며, 종편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과중한 편성이 오히려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수십년간 오락에 치우쳤던 국내 방송이 지난 2년 새 종편 뉴스의 대폭 강화에 힘입어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도(한국방송1·티브이조선·채널에이·엠비엔)와 오락(한국방송2·문화방송·에스비에스·제이티비시)이 동수로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새로운 논리도 내세웠다.
또 “일부 시민단체·정치인·교수 등이 방송법을 제대로 모른 채 ‘보도 비율이 높아 문제’라는 비논리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고 했다. 방송법의 취지는 오락 프로그램 편중을 막는 것이라 보도 편중은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종편 <채널에이>를 소유한 <동아일보>는 다음날 사설에서 같은 논리를 폈다.
그러나 방송법은 ‘종합편성’에 대해 “보도·교양 및 오락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을 포함하여야 하고, 그 방송프로그램 상호간에 조화를 이루도록 편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편 사업자들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때 편성 비율을 밝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2년 사업계획서에서 보도 편성 비율을 24.8%로 하겠다던 티브이조선의 보도 편성 비율은 지난해 35.9%였고, 올해는 47.4%까지 올라갔다. <채널에이>와 <엠비엔> 역시 보도 편성이 40~50%에 달해 사업계획서에서 제시한 수치를 크게 웃돈다.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해 집중적인 문제 제기가 이뤄지자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엄정하게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11월에 방송 평가 결과를 의결하면서는 “편성 문제는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니, 중요성 있는 부분을 뽑아서 평가하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종편들은 새벽 시간대에 어린이 프로그램을 편성해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도 받았다.
조선일보는 12일 두번째 기획기사에서는 “종편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해 방송 시장에서 제작 투자가 크게 늘었다”며, 종편들이 투자 약속을 미이행한 것은 거론하지 않은 채 다른 채널들의 투자 확대가 종편의 등장에 따른 것인 양 묘사했다.
종편들은 약속한 콘텐츠 투자를 절반도 이행하지 못해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까지 받은 바 있다. 방통위는 7월 “종편 4사의 콘텐츠 투자액이 전체 3453억원으로 계획 대비 47.4%에 그쳤다”며, 이를 시정하라고 종편 4사에 촉구했다. 티브이조선은 2012년 콘텐츠 투자액으로 1575억원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604억원을 썼다. 종편들은 ‘고품격 드라마’ 등을 양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편 엠비엔을 소유한 <매일경제>는 비상식적 산술까지 동원해 ‘성과’를 부풀렸다. 7일치 1면 ‘종편 퍼스트 채널로 뜨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종편 시청률로 지상파 <에스비에스> <문화방송> <한국방송2>를 넘어섰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지상파 4사의 시청률은 채널별로 나눠놓은 반면 종편 4사의 시청률은 하나로 합한 수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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