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기분좋은 날’ 방송 캡쳐. 문화방송 제공
노 전 대통령 희화화 하는 합성사진 내보내
자막으로 사과…이전에도 비슷한 실수 수차례
자막으로 사과…이전에도 비슷한 실수 수차례
<문화방송>(MBC)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합성 사진을 내보내는 방송 사고를 일으켜 누리꾼들한테서 뭇매를 맞고 있다.
18일 문화방송 아침 프로그램인 <기분 좋은 날>은 ‘생활 속 희귀암’을 소개하는 꼭지의 도입부에서 악성 림프종으로 사망한 미국의 유명 화가 밥 로스 자료 화면과 함께 소개했다. 그러나 밥 로스의 사진이라며 제시한 자료 화면은 붓을 들고 이젤 앞에 서있는 밥 로스의 모습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였다. 이젤 위에 놓은 유화에는 폴 세잔의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 그림이 놓여있는데, 여기에도 노 전 대통령이 카드 게임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이 합성되어 있었다.
이 그림은 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누리꾼들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 유포한 이미지들 가운데 하나다.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사진이 밥 로스를 소개하는 사진으로 둔갑해 전파를 탄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비난이 일자, 제작진은 방송 말미에 내보낸 자막과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자료화면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합성된 사진이라는 점을 추호도 생각하지 못했으며 사진을 사용하는 데 있어 어떤 의도도 없었다”고 사과했다. <기분 좋은 날>은 외주 제작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상파에서 ‘일베’의 합성 사진을 가져다 써 일어난 방송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8월 <에스비에스>(SBS) <8시 뉴스>는 일본 수산물의 방사능 문제를 다루면서 후쿠시마산 가자미류의 방사능 검출량을 도표로 제시했는데, 여기에도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이미지가 흐릿하게 합성되어 있어 문제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처를 받았다.
9월 에스비에스 ‘8시 스포츠 뉴스’는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 대항전을 보도하면서 두 대학의 마크를 이미지로 넣었는데, 연세대의 마크가 아닌 ‘일베’에서 제작한 합성 이미지를 쓰는 방송 사고를 냈다.
문화방송 역시 최근 부적절한 이미지 사용으로 방송 사고를 낸 적 있다. 문화방송 <뉴스데스크>는 올해 2월 교비를 횡령한 대학재단 설립자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이와 무관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사진을 실루엣으로 넣어 물의를 빚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뉴스데스크>에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문화방송은 지난해 10월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받는 새누리당 김근태 의원 사건을 보도하면서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얼굴 사진을 내보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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