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쪽, 장성환 본부장 보직 해임…‘진품명품’ 진행자 교체 파동 등으로 불신임 유력
<한국방송>(KBS)이 노동조합의 신임 투표 대상이던 본부장을 갑자기 경질했다.
한국방송은 8일 오후 장성환 티브이본부장을 보직 해임하고 서재석 정책기획본부 정책국장을 신임 본부장으로 삼는 인사 발령을 냈다. 한국방송노동조합(1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7일부터 임기가 1년이 지난 본부장들에 대한 신임 투표에 들어갔는데, 대상자 중 하나인 장 전 본부장은 14일까지 이어지는 투표의 결과 ‘불신임’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오는 상태였다. 신임 투표 결과는 강제적 효력은 없지만 사쪽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장 전 본부장에 대한 불신임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졌던 이유는, 그가 <티브이쇼 진품명품>(<진품명품>)을 둘러싼 갈등의 주된 책임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개편 때 한국방송은 김동우 아나운서에게 <진품명품> 진행을 맡겼는데, 제작진을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은 이에 대해 ‘제작진과 협의도 거치지 않은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해왔다. 제작 거부, 피디 전원 교체 등의 파동을 겪은 뒤 11월 티브이편성위원회를 통해 진행자 재검토, 제작진 복귀 등의 합의가 이뤄져 사태가 봉합되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제작진은 사쪽이 진행자 재검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다시 반발하고 나섰다.
장 전 본부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통치 시기를 미화하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지적을 받은 <강철왕> 방송을 추진하고, 보수 편향적 관점의 현대사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다큐극장> 편성과 관련해서도 일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다.
양대 노조는 “교체된 본부장을 대상으로 하는 신임 투표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티브이본부장은 신임 투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노조 관계자는 “진품명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에서 장 전 본부장이 책임자로서 약속한 부분들도 있었는데, 본부장이 갑작스럽게 교체되면서 그런 타협의 여지마저 사라지게 됐다. 길환영 사장이 구성원들의 비판을 회피하고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습 인사를 단행했다고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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