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진 섭외 안돼 행사 취소뒤
재일민단에 1년 넘게 4억 안줘
재일민단에 1년 넘게 4억 안줘
<한국방송>(KBS) 자회사인 ‘케이비에스엔’(KBSN)이 한류 콘서트를 추진하며 재일대한민국민단 홋카이도본부(홋카이도 민단)로부터 거액의 계약금을 받았다가, 콘서트가 무산된 뒤 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홋카이도 민단과 케이비에스엔의 말을 종합하면, 케이비에스엔은 2012년 5월 홋카이도 민단, ㅇ기획사와 함께 ‘2012 케이팝 프렌들리 콘서트’ 계약을 체결했다. 그해 9월 삿포로돔에서 대규모 무료 공연을 한다는 내용으로, 계약 다음날 홋카이도 민단은 전체 계약금 11억원 가운데 5억5000만원을 케이비에스엔에 송금했다.
홋카이도 민단과 케이비에스엔 등은 소녀시대와 빅뱅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의 출연을 추진하기로 약정했다. 계약서에는 “케이비에스엔은 출연자의 캐스팅, 방송 기획/연출과 구성/종편제작 및 편성/방영 및 관련 스태프의 제공을 한다”, “희망 출연자가 결장하여 공연이 취소될 경우 케이비에스엔은 민단이 입는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케이비에스엔은 출연진 섭외를 직접 하지 않고, 홋카이도 민단의 송금액 가운데 5억원을 ㅇ사로 보내 섭외를 맡겼다. ㅇ사는 아이돌그룹 등 3개팀에 출연료로 2억8000만원을 지급했으나 약속된 출연진 섭외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계약서에 명기된 6개 그룹 또는 대체 그룹으로 거명된 3개 그룹 중 한 곳만 섭외가 성사됐다. 이에 2012년 7월 홋카이도 민단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홋카이도 민단은 케이비에스엔에 책임을 물으며 1년 넘도록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홋카이도 민단은 ㅇ사가 가지고 있던 계약금 잔액 1억3800만원가량을 돌려받았으나, 케이비에스엔이 나머지 계약금 4억여원도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홋카이도 민단은 “2012년에만 네 차례 케이비에스엔 사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2013년 1월 만남이 이뤄졌으나, ‘내일 사장이 바뀌니 새 사장에게 잘 얘기하겠다’는 말만 들었다”고 밝혔다. 홋카이도 민단은 지난달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에 보냈다.
케이비에스엔은 직접 출연진 섭외에 나서지 않고 ㅇ사에 돈을 주고 섭외를 맡긴 것은 일종의 ‘하도급’이기 때문에 계약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출연자 섭외에 대해 민단과 지속적으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국창민 케이비에스엔 전략사업팀장은 “내부 법률 검토를 거쳐 우리 쪽엔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대체 공연 등의 타협안도 제시했지만 민단에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계약금 일부가 한국방송 교양프로그램 제작비로 쓰여 방송법과 세부 규정이 정한 ‘협찬 고지’를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10월 방송된 <걸어서 세계 속으로> ‘홋카이도’ 편은 케이비에스엔이 홋카이도 민단에서 받은 계약금 가운데 2343만원으로 제작됐다. 최민희 의원은 “교양프로그램은 회당 제작비 5000만원 이상일 때에만 협찬 고지를 허용하는 ‘협찬 고지에 관한 규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방송은 최 의원에게 “케이비에스엔의 현물협찬이라 위반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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