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언론정책 1년’
방통위·방문진에 측근 심고
언론인 해고무효 판결 침묵
공정성 강화 방송법 개정은
종편 반발하자 합의 뒤집어
방통위·방문진에 측근 심고
언론인 해고무효 판결 침묵
공정성 강화 방송법 개정은
종편 반발하자 합의 뒤집어
27일 국회에서는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의 ‘사용자-종사자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와 <한국방송>(KBS) 사장 인사청문회 실시를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개정에 합의했던 새누리당이 만 하루도 안 돼 이를 재검토한다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전체회의를 파행시킨 것이다.
여야는 26일 미방위 법안소위에서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 그런데 이튿날 <조선일보>를 비롯해 종편을 소유한 보수 신문들이 편성위원회 설치는 ‘민영방송에 대한 간섭’이라고 주장하며 지면으로 반발하자, 새누리당이 갑자기 재검토를 요구한 것이다.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은 “민간 방송사 프로그램 편성 독립성 침해는 언론 자유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박근혜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펴온 언론 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대국민담화에서 “방송 장악은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이 무색하게 지난 1년 동안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등 공영방송에서는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등 정부·여당에 불리한 대목은 미미하게 다뤄졌다. 대통령이나 정권이 불편해할 만한 내용은 어쩌다 제작돼도 방송사 자체 ‘검열’에 걸리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의 칼을 맞았다. 반면 이명박 정부가 만들어준 종편은 극히 정권 편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박 대통령의 유일한 언론 관련 공약이라 할 수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삼고 출범한 국회 방송공정성특위는 공영방송 사장 선출 특별다수제(3분의 2 찬성) 등 야당의 개선안을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아 8개월간 헛바퀴만 돌았다. 그나마 이번에 최소 수준의 합의 내용이라도 법제화를 시도했는데 이마저 보수 언론의 반발에 막힌 것이다.
인사에서도 ‘이명박 정권 6년차’ 행태가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삼는 등 측근들을 요직에 앉혔는데, 박 대통령도 ‘친박’인 이경재 전 새누리당 의원,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인 김원배 목원대 총장, 김병호 전 새누리당 의원을 각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문화방송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에 앉혔다. 21일에는 ‘김재철 체제’의 핵심이던 안광한씨가 문화방송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 직후 이성주 문화방송 노조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곧 2년차를 맞이한다지만 우리에겐 ‘이명박 정부 7년차’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해직자 문제도 이명박 정부 뒤를 따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화방송 파업에 대해 “징계 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하고,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도 해결에 나설 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문화방송 파업은 정당했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까지 나왔지만 해고자 7명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국경없는 기자회’가 최근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이 180개국 가운데 57위로 지난해에 견줘 7단계 떨어지는 데 기여한 셈이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 시장 불균형이 심해졌다. 사실 보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까지 왔다”고 진단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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