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자살·성·연애 관련 뉴스들
내용 약간 바꿔 자극적 제목 달아
수십에서 백여건씩 온라인에 올려
정론지 표방한 조·동·매경 적극적
페이지뷰가 광고 수입 직결된 탓
“저널리즘 가치 스스로 훼손” 비판
“실시간 검색어 장사 포털 개선” 지적
내용 약간 바꿔 자극적 제목 달아
수십에서 백여건씩 온라인에 올려
정론지 표방한 조·동·매경 적극적
페이지뷰가 광고 수입 직결된 탓
“저널리즘 가치 스스로 훼손” 비판
“실시간 검색어 장사 포털 개선” 지적
* ‘뉴스 어뷰징 : 비슷한 기사 중복 전송
포털사이트의 검색 결과에 기사를 많이 노출시키려고 대동소이한 기사를 다량으로 중복 전송하는 언론사들의 ‘뉴스 어뷰징’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경쟁이 격화되자 인권을 무시하는 기사들까지 쏟아져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뉴스 어뷰징은 연예인 소식이나 자살 등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사건에 집중된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짝> 출연자와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김연아 선수의 연애에 관한 기사에서 많은 매체들이 어뷰징에 적극 나섰다.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가 숨진 3월8일, <매일경제>와 그 계열 종합편성채널인 <엠비엔>(mbn)은 하루 동안 30여건의 기사를 올렸다. 고인의 이력과 사망 정황, 누리꾼들의 애도를 전하는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내용과 제목을 조금씩 바꾼 기사들이다. “9살 아들이 최초 발견했다”, “싱글맘으로 살아왔다” 등 사생활을 앞세운 제목들이 주로 달렸다. 일부는 페이스북에서 생전에 자살을 언급한 내용을 끌어왔다. <동아일보> 인터넷판 등 다른 인터넷 매체들도 ‘충격’ 등의 표현을 써가며 박 부대표의 죽음을 선정적 관심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최근 뉴스 어뷰징은 ‘정론지’를 자처하는 일간지들이 더 적극적인 게 특색이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은 배우 성현아씨의 성매매 혐의에 대한 공판이 열린 2월19일 하루 동안 100건 가까운 기사를 올렸다. 혐의, 경력, 가족관계 같은 사생활, 누리꾼 반응 등을 이리저리 짜깁기한 기사들로, 내용은 대동소이했지만 제목에 “충격”, “헉”, “왜?”, “화제”, “어떻게 된 일?” 등 자극적 단어를 바꿔 넣어가며 클릭을 유도했다. <매일경제> 등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언론사들이 뉴스 어뷰징에 매달리는 이유는 페이지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대체로 언론사 누리집을 직접 찾아가기보다는 포털의 ‘실시간 검색’ 순위나 검색 결과를 통해 온라인 기사를 소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페이지뷰는 온라인 매체의 영향력이나 광고 수익과 연결된다. 가장 영향력이 큰 포털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바꾼 것도 영향을 끼쳤다. 네이버는 지난해 초 기사 제목을 첫 화면에 노출시키는 ‘뉴스캐스트’ 방식을 버리고 각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작은 페이지들을 첫 화면에 나열하는 ‘뉴스스탠드’를 도입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이 ‘뉴스스탠드’로 기사를 보는 것은 번거로워, 언론사들 누리집 방문자 수는 대체로 크게 줄었다.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오늘>이 ‘뉴스스탠드’ 도입 전후인 2013년 1월과 2014년 1월 조선일보 누리집 방문자 유입 경로를 분석한 결과, 네이버 첫 화면을 통한 방문자는 크게 줄어든 반면 네이버 검색을 통해 찾아온 방문자는 늘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뉴스 어뷰징의 유행이 저널리즘의 의미와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사들이 저널리즘을 버리고 ‘뉴스기관’이라는 타이틀을 활용해 저질 상품을 앞세운 장사를 하고 있다. 퇴행적 환경에 기생하는 호구지책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독자적인 정보를 만들어 제공해야 할 언론사들이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행태다. 주요 언론사들이 먼저 이런 관행을 끊지 않으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뷰징의 1차적 책임은 언론사들에 있지만, ‘실시간 검색어’ 등으로 토양을 제공하는 포털도 ‘공범’이다. 네이버는 2011년 어뷰징을 했다며 <민중의 소리>와 뉴스 검색 제휴를 중단한 바 있다. 또 어뷰징을 감시하고 평가해 제휴 대상 선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조선일보 등의 어뷰징이 거듭 비판의 도마에 올랐는데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제휴평가위원회에서 언론사 평가를 하고, 어뷰징을 하는 매체들에 꾸준히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요청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라 기술적 대응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최근 뉴스 어뷰징은 ‘정론지’를 자처하는 일간지들이 더 적극적인 게 특색이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은 배우 성현아씨의 성매매 혐의에 대한 공판이 열린 2월19일 하루 동안 100건 가까운 기사를 올렸다. 혐의, 경력, 가족관계 같은 사생활, 누리꾼 반응 등을 이리저리 짜깁기한 기사들로, 내용은 대동소이했지만 제목에 “충격”, “헉”, “왜?”, “화제”, “어떻게 된 일?” 등 자극적 단어를 바꿔 넣어가며 클릭을 유도했다. <매일경제> 등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언론사들이 뉴스 어뷰징에 매달리는 이유는 페이지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대체로 언론사 누리집을 직접 찾아가기보다는 포털의 ‘실시간 검색’ 순위나 검색 결과를 통해 온라인 기사를 소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페이지뷰는 온라인 매체의 영향력이나 광고 수익과 연결된다. 가장 영향력이 큰 포털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바꾼 것도 영향을 끼쳤다. 네이버는 지난해 초 기사 제목을 첫 화면에 노출시키는 ‘뉴스캐스트’ 방식을 버리고 각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작은 페이지들을 첫 화면에 나열하는 ‘뉴스스탠드’를 도입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이 ‘뉴스스탠드’로 기사를 보는 것은 번거로워, 언론사들 누리집 방문자 수는 대체로 크게 줄었다.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오늘>이 ‘뉴스스탠드’ 도입 전후인 2013년 1월과 2014년 1월 조선일보 누리집 방문자 유입 경로를 분석한 결과, 네이버 첫 화면을 통한 방문자는 크게 줄어든 반면 네이버 검색을 통해 찾아온 방문자는 늘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뉴스 어뷰징의 유행이 저널리즘의 의미와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사들이 저널리즘을 버리고 ‘뉴스기관’이라는 타이틀을 활용해 저질 상품을 앞세운 장사를 하고 있다. 퇴행적 환경에 기생하는 호구지책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독자적인 정보를 만들어 제공해야 할 언론사들이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행태다. 주요 언론사들이 먼저 이런 관행을 끊지 않으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뷰징의 1차적 책임은 언론사들에 있지만, ‘실시간 검색어’ 등으로 토양을 제공하는 포털도 ‘공범’이다. 네이버는 2011년 어뷰징을 했다며 <민중의 소리>와 뉴스 검색 제휴를 중단한 바 있다. 또 어뷰징을 감시하고 평가해 제휴 대상 선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조선일보 등의 어뷰징이 거듭 비판의 도마에 올랐는데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제휴평가위원회에서 언론사 평가를 하고, 어뷰징을 하는 매체들에 꾸준히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요청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라 기술적 대응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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