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방송과 막말 방송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온 종합편성채널(종편) 3곳이 재승인 심사에서 모두 기준을 넘어서는 점수를 얻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재승인 심사위원단은 일부 종편이 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율, 콘텐츠 투자 등 출범 때 약속한 사업계획을 대폭 수정했는데도 사실상 ‘조건부 재승인’으로 이를 받아들이기로 해 봐주기 심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조선·중앙·동아일보 계열 종편인 <티브이조선> <제이티비시> <채널에이>와 보도전문채널 <뉴스와이>(<연합뉴스> 계열)의 재승인을 논의했다. 방통위 사무처는 총점 1000점인 재승인 심사에서 티브이조선은 684.73점, 제이티비시는 727.01점, 채널에이는 684.66점을 얻었다고 밝혔다. 모두 재승인 기준인 650점을 넘겼다. 또 9개 항목별 점수가 배점의 40~50%에 못 미치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3사 모두 여기에 해당하지 않았다. 다만 방통위는 여론을 의식한 듯 “방송 공정성 확보 방안 제출” 등을 3년 효력의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조건부’ 방식의 재승인을 예고한 셈이지만, 종편들의 사업계획 위반이 다반사인 상황에서 별 실효성이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심사 내용에 대한 논란으로 방통위는 이날 예정했던 재승인 의결을 19일로 연기했다. 종편 3사가 심사를 앞두고 5년치 사업계획서를 냈는데, 2011년 출범 때 약속했던 편성 비율, 재방 비율, 콘텐츠 투자 등 주요 목표치를 대폭 수정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출범 당시 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25% 안팎으로 제시한 티브이조선의 경우 새로 낸 계획서에서 40%대로 초기 목표치를 올려잡고 추후에 차차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채널에이는 편성비율 계획을 30%대로 소폭 올렸다. 티브이조선과 채널에이는 콘텐츠 투자도 출범 당시 사업계획서보다 액수를 줄였다. 보도 프로그램 과다 편성과 콘텐츠 투자 부실은 그동안 종편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는데, 아예 목표치를 낮춰 시비를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서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새로 낸 사업계획서 내용을 검토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의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충식 부위원장은 “상임위원들에게 보수 성향의 심사위원들로 가득 찬 심사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을 그저 법적으로 완성해달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각 회사들이 사업계획서를 당초에 낸 것과 많이 바꿔서 냈다. 재승인 조건을 면밀히 따지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검토할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며 의결 보류를 결정했다. 하지만 종편 3사 점수가 기준점을 초과하고, 방통위의 여야 추천 상임위원 배분이 3 대 2여서 19일에 재승인이 이뤄질 전망이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재승인 계획, 방송평가, 심사위원 구성 등 이미 모든 단계에서 방통위는 종편에 대해 봐주기 재승인을 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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