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의 신임 박노황 사장과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및 연합인포맥스 등 3사 임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신임 사장 ‘나라사랑’ 광폭행보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 묵념…
취임 직후 첫 대외행사는 현충원 참배
공정보도 투쟁 산물 ‘편집총국장제’는 무력화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 묵념…
취임 직후 첫 대외행사는 현충원 참배
공정보도 투쟁 산물 ‘편집총국장제’는 무력화
박노황 <연합뉴스> 신임 사장이 취임 뒤 국가게양식 거행, 현충원 참배 등 이례적인 ‘나라사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연합뉴스 내부의 편집권 보장을 위한 제도였던 ‘편집총국장제’을 사실상 폐지해 노동조합 등 내부 구성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30일 오전 7시 연합뉴스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 사옥 앞에서 국기게양식 행사를 열었다. 박 사장을 비롯해 연합뉴스·연합뉴스티브이·연합인포맥스 3사의 임직원 80여명이 참여해,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1절 제창,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등을 했다. 뒤이어 박 사장은 기념사에서 “오늘 게양된 국기는 마치 연합뉴스가 24시간 365일 불철주야 기사를 공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우리 사옥 앞에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며 “(오늘 행사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정체성과 위상을 우리 구성원 모두가 재확인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지난 25일 취임한 뒤 곧바로 내부 통신망에 “국기게양식을 거행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8일, 박 사장은 취임 뒤 첫 대외 행사로 현충원을 참배했다. 이날 오전 자회사 임원들과 함께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그는 방명록에 “신속정확하고 불편부당한 뉴스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책무를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언론사가 권위주의 시대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 국기게양식을 치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 정치인이 아닌 언론사 사장이 첫 대외 행사로 ‘현충원 참배’를 택한 것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박 사장의 이 같은 ‘나라사랑’ 행보를 두고 “정권과 ‘코드 맞추기’ 아니냐” 등 여러가지 뒷말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영화 <국제시장>에 나온 국기하강식 장면을 보고 애국심을 강조했던 일 등이 박 사장 행보의 배경으로 꼽히기도 한다.
박 사장은 또한 취임과 동시에 편집총국장제를 실질적으로 폐지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편집총국장 제도는 보도 부문을 총괄하는 편집총국장을 구성원의 동의 투표를 거쳐 임면하도록 한 제도다. 이명박 정부 시절 불거진 ‘불공정 보도’ 논란에 대해 구성원들이 103일 동안 파업을 벌여 얻어낸 편집권 보장 제도다.
취임 전부터 “편집총국장제는 회사의 경영권·인사권을 침해하므로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박 사장은 25일 조복래 연합뉴스티브이 보도국장을 새로 만든 ‘콘텐츠융합담당 상무이사’ 자리에 앉혔다. 지난 27일에는 이창섭 논설위원을 별도의 동의 절차 없이 편집국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또 편집총국장 아래에 편집국·지방국·국제국으로 나뉘어있던 조직을 편집국으로 단일화시켜 콘텐츠융합담당 상무이사 아래로 두는 형태로 조직을 개편했다. 사실상 편집총국장 제도를 없애고, 경영진이 임명한 ‘편집 상무’ 아래 편집국장이 있던 과거의 직제를, ‘콘테츠융합담당 상무-편집국장(직무대행)’의 형태로 부활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현행 단체협약과 직제에 편집총국장직이 명시돼 있는데도 편집총국장과 편집국장 자리를 공석으로 놔두고 편집국장 직무대행을 임명한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조처”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 28일 이병로 편집총국장을 면직할 때 동의 여부를 묻지 않은 것 역시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오정훈 지부장은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경영진이 ‘직무대행’이라는 꼼수를 쓰긴 했지만, 단협 위반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명백하다. 앞으로 박 사장의 행보를 계속 지켜보며, 법적인 대응까지 포함해 차분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연합뉴스의 신임 박노황 사장을 비롯한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및 연합인포맥스 등 3사 임원들이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에 헌화와 분향한 뒤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0년대 초반 ‘불량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코미디 영화 ‘품행제로’(2002)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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