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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페북으로 간 ‘낱개 뉴스’…언론사 정체성은?

등록 2015-04-06 20:19수정 2015-04-06 21:16

NYT·WP·WSJ 등 유력지
외부 플랫폼 SNS로 눈돌려
뉴욕타임스, 페북과 협상중
‘저널리즘의 아이튠스’ 블렌들
세계 유수매체 콘텐츠 수혈
‘스냅챗’도 CNN 등 뉴스서비스
“언론사가 SNS논리 종속” 우려
네덜란드 인터넷업체 ‘블렌들’은 언론사 뉴스 콘텐츠를 모아 이용자에게 건별로 파는 사업 모델을 구축해 ‘저널리즘의 아이튠스’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진은 이 회사의 온라인 홍보 페이지. 인터넷 갈무리
네덜란드 인터넷업체 ‘블렌들’은 언론사 뉴스 콘텐츠를 모아 이용자에게 건별로 파는 사업 모델을 구축해 ‘저널리즘의 아이튠스’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진은 이 회사의 온라인 홍보 페이지. 인터넷 갈무리
“공원에서 큰 개가 돌진해오는 것 같다. 나랑 놀아주려는 건지, 아니면 날 먹으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최근 작고한 <뉴욕타임스>의 미디어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카는 지난해 10월26일자 칼럼을 이렇게 시작했다. 여기서 ‘큰 개’는 소셜미디어의 최강자인 페이스북을 가리킨다. 이 칼럼에서 카는 “13억명에 이르는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이 모바일 시대에 뉴스 전달자로서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뉴스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 안으로 끌어오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페이스북 상에서 기사를 보려면 링크를 통해 언론사 누리집으로 나가야 했는데, 이제 페이스북 안에서 직접 뉴스를 볼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다.

카가 언급한 페이스북의 이 ‘노력’은 최근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이 뉴욕타임스, <버즈피드>, <내셔널지오그래픽> 등과 이같은 내용으로 집중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언론사 쪽에 기사를 제공하면 기사에 붙는 광고수익을 나눠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이 기사는 전했다.

언론사들이 외부 플랫폼을 통한 뉴스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뉴스 유통의 경로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컴퓨터로, 다시 모바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이전보다 더욱 독자들을 붙잡기 어려워진 언론사들이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소셜미디어나 새로운 사업 모델을 내세운 신생기업(스타트업)들과 손을 맞잡는 모양새다.

지난달 네덜란드의 인터넷업체 ‘브렌들’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스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었다. 브렌들은 네덜란드 주요 언론사들이 생산한 뉴스 콘텐츠들을 모아 이용자들에게 건별로 판매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해, ‘저널리즘의 아이튠즈(애플의 콘텐츠 판매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독일의 미디어그룹 악셀스프링거와 함께 브렌들에 38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미국의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스냅챗’은 올해초 <시엔엔>(CNN) 등 7개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를 유통하는 서비스인 ‘디스커버’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사업모델은 페이스북과 비슷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플립보드’는 최근 워싱턴포스트 전용 페이지를 만들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특집 시리즈를 싣기 시작했다.

이 같은 흐름에는 뉴스산업이 개별 언론사의 역량으론 독자를 창출하거나 또는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배경에 깔려있다. 그동안 여러 언론사들이 온라인상에서 뉴스 유료화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언론사들이 결국 뉴스 유통을 외부 플랫폼에 기대게 된 현상은 뉴스를 ‘묶음’이 아니라 건별로 소비하는 행태를 더욱 확산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독자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뉴스들만 골라보게 되고, 기존 언론사들의 브랜드 가치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문에 소셜미디어의 강자인 페이스북과 전통 언론매체의 대표주자인 뉴욕타임스의 협상은, 뉴스 유통과 콘텐츠 생산의 새로운 관계를 내다볼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평가는 엇갈린다. 경제전문 온라인매체인 <쿼츠>는 “독자들이 많은 곳으로 찾아가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햇다. <컬럼비아저널리즘리뷰>의 편집자 알렉시스 소벨 피츠는 “페이스북이 기존 언론사들을 질식시키고, 플랫폼을 넘어서 언론 자체의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존 언론사의 브랜드를 무력화시키고, 결국 페이스북의 논리에 언론사들이 종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독립적인 플랫폼으로 독자를 모으기 힘들어진 언론사와 새로운 콘텐츠를 수혈받으려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사업자가 손을 잡는 것은 불가피한 추세”라며 “뉴스에 대한 가격부과 체계, 수익분배 등 새로운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 등 포털업체가 뉴스의 유통을 이미 상당부분 담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는 ‘시장의 논리’보다 포털과 언론사간의 협상 등 ‘힘의 논리’가 더 주요한 변수였다.

이제 국내 업체들도 새로운 뉴스 유통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위근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뉴스 콘텐츠의 건별 소비는 시장에 새로 진입한 언론사엔 유리하지만, 브랜드를 내세워 일부 뉴스콘텐츠에 대다수 콘텐츠를 끼워 팔아온 기존 거대 언론사에게는 불리하다. 이는 앞으로 ‘뉴스 콘텐츠별 차별적인 가격’이라는 이슈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소수 플랫폼으로의 뉴스 유통 집중화로 이어져, 여론다양성을 해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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