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이 “포털업체가 아침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노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빈곤 실태를 다룬 기획기사, 세대 갈등을 다룬 탐사보도 기사 등을 ‘참고 사례’로 꼽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털업체인 카카오는 김 의원의 지적에 대해 “기사 제목은 언론사가 정하는 것이며, 자살·살인·폭력 등 사건·사고 기사는 실제로 언론에게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안이라 이를 모두 선정적인 기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의원은 지난 4일 “포털, 매일 아침 8시 메인화면에 선정적 기사 5.4개씩 노출”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올해 1~9월 사이 네이버와 다음뉴스(카카오)가 오전 8시에 메인화면 노출시킨 기사들(1만4742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성·자살·살인·폭력 등의 선정적인 제목”이 달린 기사가 1477건(10%)에 달했다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포털이 이용자들의 클릭을 유도, 접속량을 늘려 광고 단가를 높게 책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이용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간에 배치하는 사실상의 ‘악마의 편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5일치 8면)와 <중앙일보>(5일치 20면 ‘간추린 뉴스’)는 지면에 이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의 ‘참고 사례’라며 꼽은 기사들을 보면, 선정적·자극적이라고 판단하기 힘든 기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김 의원이 네이버의 최근 사례라면서 제시한 9월3일 노출된 ‘죽으면 끝날까’ 기사는 <한겨레21>이 ‘가난의 경로’란 제목으로 연재하고 있는 기획물 가운데 한 건이다. 해당 기사는 명의를 도용당한 노숙인들이 기초생활수급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벼랑 끝에 서 있는 실태를 다뤘다. 또다른 사례로 꼽힌 9월23일 노출 기사 ‘‘개저씨’, ‘꼰대’… 이젠 기댈 곳 없는 50대’ 제목의 기사는 <세계일보>의 탐사보도 기사다. 해당 기사는 세대 갈등 속에서 우울증을 앓는 등 힘겨운 상황에 처한 50대의 현실을 다뤘다. 마지막 사례로 꼽힌 9월29일 노출 기사는 <조선일보>가 만든 카드뉴스로, ‘허세’ 컨셉트를 내세운 사진들의 실제 배경이 어떤지 엮어서 보여주는 연성 콘텐츠다. 뉴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빈곤 실태를 다룬 기획기사 등이 왜 선정적·자극적인 기사의 참고 사례가 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쪽은 김 의원의 자료에 대해 공식적인 반론을 내놨다. 카카오는 5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다음뉴스에 노출되는 기사 제목은 언론사가 정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선정성 여부를 포털이 일방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 특히 자살, 살인, 폭력 등의 사건/사고 기사는 실제 언론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안인 만큼 단순히 해당 키워드를 포함했다고 해서 이를 모두 선정적인 기사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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