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가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사 신관 정문 울타리에 내걸었던 세월호 2주기 추모 현수막. 회사는 “승인받지 않은 현수막”이라며 이 현수막을 철거했다. 한국방송 새노조 제공
세월호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두고, <한국방송>(KBS)이 노조에서 추모하는 뜻으로 걸어둔 현수막을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15일 오후 성명을 내고, “세월호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오늘 아침 한국방송 신관 정문 울타리와 본관 가로수 사이에 참사 2년을 추모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는데, 점심 무렵 회사가 시설관리권을 내세워 신관 정문 울타리에 걸려 있던 현수막을 떼어냈다”고 밝혔다. 또 새노조가 철거된 현수막을 인근 가로수 사이로 옮겨 내걸자, “회사가 영등포구청에 전화를 걸어 ‘불법 현수막’이라며 철거해달라고 요구했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새노조는 “공영방송인 한국방송이 자꾸 ‘세월호를 잊으라’ 한다”며, 청문회 보도도, 특집 프로그램도 하지 않는 등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한국방송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홍보실 관계자는 “애초 걸어선 안 되는 공간에 회사의 승인 없이 현수막을 걸었기 때문에 ‘불허’를 통보하고 철거한 것”이라며 “현수막의 내용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노조는 “전날인 14일 추모 현수막 게시와 관련해 회사 쪽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현수막을 내걸자 그 뒤에야 철거를 통보하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한국방송 새노조가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앞 가로수 사이에 내건 세월호 2주기 추모 현수막. 한국방송 새노조 제공
한편 한국방송 회사 쪽이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의 조사 협조 요청과 관련해 내부 구성원들의 협조를 막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새노조는 이날 발표한 또다른 성명에서 “세월호 특조위가 (전원구조) 오보의 경위와 근거 자료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방송 관련자의 출석 또는 서면 진술 협조 요청을 했는데, 상당수의 관련자들이 조사에 응하지 말라는 회사 방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특조위는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기구이며, 특별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2차례 이상 특조위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세월호 특조위는 조사에 응하지 않아온 김시곤 전 한국방송 보도국장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바 있다.
새노조는 “특조위가 조사하려는 부분은 직원들의 개인사가 아니라 회사의 공식 업무를 수행하다가 벌어진 일이며, 법적·국가적인 조사 활동에 당연히 회사 차원에서 적극 협조해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회사 쪽은 “특조위의 협조 요청은 구성원 개인들에게 온 것이고 이에 응하는 것은 개인의 재량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간여할 수 없다. 때문에 회사의 방침 같은 것도 없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새노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