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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 스위스 국민투표의 국내식 보도

등록 2016-06-13 17:22수정 2016-06-13 22:26

지난 5일 스위스에서 실시한 ‘조건 없는 기본소득’에 관한 국민투표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모든 스위스 국민과 5년 이상 스위스에서 거주한 외국인에게도 직업의 유무와 상관없이 국가에서 매달 2260스위스프랑(3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미성년자에게는 650프랑(75만원)을 지급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제안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묻는 국민투표였다. 결과는 찬성 23%, 반대 76.9%라는 압도적인 표차의 부결이었다.

세계 언론은 스위스의 국민투표 내용을 상세히 분석하고 그 역사적 배경과 각국에서 실험 중인 사례 등을 담담하게 소개했다. 그런데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스위스의 기본소득에 관한 국민투표를 한국 신문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분석한 결과(6월4~7일) 몇 가지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신문에 따라 국민투표를 보는 시각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민언련은 스위스 국민들이 기본소득에 관한 국민투표를 압도적 다수로 부결한 것에 대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포퓰리즘 정책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 그래서 그 제도를 비판적으로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기본소득 논의가 애초 사회적 의제로 제시된 그 배경과 이후의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평가했다.

민언련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이 같은 보도가 이들 신문의 국내 이슈에 대한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취지로 짚었다. 동아일보나 조선일보가 기본소득에 관한 스위스의 국민투표 부결을 스위스 국민이 노조가 밀어붙인 포퓰리즘을 부정한 것으로 판단한 것도 이들 신문의 평소 태도를 반영하고 있고, 이런 성향은 국내의 노동이나 복지 문제를 보도할 때도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르몽드>에 따르면, 기본소득에 관한 국민투표는 정부나 정당이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제안한 게 아니고 정당과 관계가 없는 민간집단이 10만명이 넘는 국민의 서명을 받아 국민투표에 부친 ‘국민 제안’(이니샤크브)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제안한 것은 작업이 점점 로봇화되면서 노동자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받아온 사회보장액을 기본소득에 통합한 것이기 때문에 공짜로 월 300만원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을 잘못 알고 하는 소리다. 물론 지급액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나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월 300만원을 전부 새로 마련해서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기본소득제도가 남용된다면 재정부담이 증가해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핀란드와 네덜란드, 이탈리아, 캐나다 퀘벡 등지에서 여러 가지 효율적인 기본소득 모델을 시험하고 있으므로 머지않아 합리적인 모델이 출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므로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고 잘못된 정책이라고 포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세계의 눈길이 스위스로 쏠렸던 이유는 이런 실험이 국민투표라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국가 차원의 정치적 의제로 표출된 최초의 사례”(<한겨레> 6월7일치)였다는 점이 아니겠는가. 세계 도처에서 기본소득 모델 실험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기본소득 지지자들의 희망에 동참해도 괜찮을 것 같다. 장행훈/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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