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헌법재판소가 ‘신문법 시행령’이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인터넷기자협회 제공
인터넷신문사의 등록기준을 ‘5인 미만 상시 고용’ 등으로 강화해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을 샀던 신문법 시행령에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강화된 등록기준에 반발하거나 맞출 수 없어 존폐의 기로에 섰던 소규모 인터넷 매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담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시행령’ 가운데 취재·편집 인력 5명 이상을 상시적으로 고용하도록 규정한 조항(고용조항)과 상시 고용 사실을 증명할 서류를 제출토록 한 조항(확인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지난해 11월 “유사언론 행위를 규제한다”는 이유로 신문법 시행령을 개정해, 신문법상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한 바 있다. 기존 ‘취재·편집 인력 3명 이상의 상시 고용’을 ‘5명 이상의 상시 고용’으로 바꾸고, 이를 증명할 서류를 제출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개정 내용이다. 이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발한 인터넷신문 사업자들과 언론단체들은 지난해 12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인터넷신문을 유사언론의 온상으로 규정하고 ‘과잉 규제’하려던 문체부의 시도가 무산됐을 뿐 아니라, 인터넷신문을 차별적으로 규제하던 신문법 자체의 정비가 불가피하게 됐다.
헌재의 결정을 뜯어보면, 인터넷신문에 대해 종이신문 등 다른 매체와 차별적인 규제를 가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두드러진다. 헌재는 기본적으로 법률을 통해 언론 매체에 대한 발행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등록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인터넷신문에 대해서만 ‘5인 미만을 상시고용하고 이를 확인토록’(고용조항과 확인조항에 해당) 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언론의 신뢰성과 사회적 책임의 제고라는 측면에서 종이신문과 인터넷 신문이 달리 취급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헌재는 애초 문체부가 내놨던 ‘유사언론 규제’의 목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인터넷신문 기사의 품질 저하 및 그로 인한 폐해는 인터넷신문의 취재 및 편집 인력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문제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이런 폐해는 주요 포털사이트의 검색에 의존하는 인터넷신문의 유통구조로 인한 것이므로, 인터넷신문이 포털사이트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근원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5인 이상’ 고용·확인조항 때문에 “등록이 취소되거나 등록이 되지 않는 소규모 인터넷신문이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되고, 그 매체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제절차의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언론계는 이날 헌재의 위헌 판결을 반겼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신문법 시행령 ‘개악’에 제동을 건 헌재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번 기회에 누가 헌법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려고 기획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기자협회도 성명을 내고 “언론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이번 신문법 시행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선고는 다시 한 번 그 어떤 정권도, 정치세력도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할 수 없음을 확인한 준엄한 역사적 심판”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문체부가 신문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기등록된 매체들에 대해서는 올해 11월까지 1년 동안 등록을 유예할 수 있도록 조처했으나, 그 사이 일부 매체들이 문을 닫는 등 인터넷 언론계에 한파가 닥친 바 있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신문법 시행령의 일부 조항들이 무효가 됐기 때문에, 주무 부처인 문체부에서는 신문법 시행령은 물론 인터넷신문에 대한 정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손봐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구인단을 대리한 이강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언론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종의 법률 공백 상태가 됐는데, 이를 메꾸는 것은 문체부의 몫이다. 다만 지난해 시도했던 것처럼 상시 고용 인력을 늘이고 이를 확인하게 하는 식으로 등록기준을 높여선 안 된다는 것이 헌재의 결정 취지”라고 말했다.
최원형,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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