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뒤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별지특집에 ‘애드버토리얼 섹션’이라는 작은 제목을 붙이고 있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뒤로 주요 종합일간지들이 광고주 협찬을 받은 지면에 ‘광고형 기사’라는 소제목을 붙이고 있다. 기존의 협찬 관행이 청탁금지법상 ‘금품 수수’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자, 이를 우회하기 위해 내놓은 조처다. 그러나 광고와 기사의 경계가 여전히 불분명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불거질 전망이다.
최근 <조선> <중앙> <동아> 등 주요 종합일간지들을 보면, 기업·지방자치단체·대학의 동향, 각종 소비 상품, 부동산 등을 소개해주는 ‘별지특집’을 집중적으로 내고 있다. 협찬에 기댄 별지 제작은 이미 있었던 관행이지만, 섹션 위에 ‘애드버토리얼 섹션’(advertorial section)이라는 작은 제목이 붙은 것이 이전과 다르다. 면별로 ‘애드버토리얼 페이지’란 제목이 붙거나 기사별로 ‘애드버토리얼’이란 제목이 붙는 경우도 있다. ‘기사형 광고’로 풀이되는 ‘애드버토리얼’은 광고의 한 형태다. 협찬 기사가 사실상 광고란 것을 언론사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처럼 ‘애드버토리얼’ 제목이 달리기 시작한 것은 언론사 직원까지 대상으로 삼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직후인 지난 9월30일께부터다. 법 시행을 앞두고 언론사가 광고주로부터 광고가 아닌 협찬 형태로 돈을 받는 관행이 위법한지 논란이 분분했는데, 당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특정 개인이 아닌 언론사 자체에 협찬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 경우, 정당한 ‘권원’(어떤 행위를 정당화하는 법률상의 원인)이 없는 한 제재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신문사들이 ‘정당한 권원’을 제시하기 위해, 아예 협찬 기사에 대해 ‘기사형 광고’라고 스스로 밝히는 방법을 꺼내든 것이다.
이는 한국신문협회가 9월30일 권익위와 간담회를 연 뒤 회원사들에 공유한 문건에서 확인된다. 문건은 ‘언론사 후원·협찬’의 형태를 ①행사, 포럼, 문화행사 등 ②신문사 및 광고주 공동 기획기사 ③광고성 협찬(광고 대신 협찬금 제공) ④기사를 매개로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 등으로 나누고, ①~③에 대해서는 “협찬 후원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노출되기만 하면 권원 있는 것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 권익위 입장”이라고 했다. ④에 대해서는 “권익위에 ‘이것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기엔 부적절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이런 내용이 공유된 뒤부터 신문사들은 ‘애드버토리얼’ 제목을 달고 적극적으로 별지특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 종합일간지 광고 담당자는 “대형 신문사들이 광고주로부터 별다른 근거도 없이 협찬을 받아내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왔는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자 ‘애드버토리얼’이란 꼼수를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애드버토리얼’은 또다른 문제들을 부른다. 먼저 협찬사와 협찬 사실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애드버토리얼’이라는 작은 제목만 붙이는 것으로 ‘정당한 권원’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곽형석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은 “원칙적으로 절차적·실체적 요건, 협찬사가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 권익위의 입장”이라며, “현재 별지로 제작되는 ‘애드버토리얼’에 대해서는 별도의 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문윤리강령’과 ‘신문광고윤리강령’에 따라 기사와 광고를 심의하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도 현재와 같은 ‘애드버토리얼’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명서 심의실장은 “이를 기사로 본다면 ‘광고·홍보성 내용을 담은 기사’로서, 광고로 본다면 기자 바이라인을 다는 등 ‘기사로 위장한 광고’로서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포털 뉴스 서비스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전망이다. 현재 신문사들은 지면에 ‘애드버토리얼’로 실었던 기사들을 포털에는 일반 기사로 전송하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카카오 뉴스 서비스를 관장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기사로 위장한 광고·홍보’를 부정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이를 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제2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병희 서원대 교수는 “‘애드버토리얼’은 광고 콘텐츠인데, 신문사가 이를 포털에 뉴스로 전송하는 것은 남의 가게에 들어와 장사하는 것과 다름없다. 원칙적으로 제재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체 모니터링 결과나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을 보고 위원회에서 제재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형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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