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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KBS, 도로 ‘친박뉴스’로 가고 있다”

등록 2016-12-21 10:01수정 2016-12-21 10:18

새누리당사 앞에서 촛불집회
언론노조는 일주일째 철야 천막농성
“올해 안에 언론장악방지법 통과돼야”
지난 20일 저녁 7시께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전국언론노조 등이 ‘언론장악방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20일 저녁 7시께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전국언론노조 등이 ‘언론장악방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대통령 탄핵과 국정조사, 특검 등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언론 정상화의 과제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14일부터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언론장악방지법 제정, 언론장악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한국방송>(KBS)의 양대 노조,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번갈아 밤새 천막을 지키고 있다. 지난 7월 여당을 제외한 162명의 국회의원들이 어느 정권 아래에서도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언론장악방지법’(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한 해가 끝나가는 지금에도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20일 저녁 7시, 언론노조 천막농성장 앞에 언론노조 조합원들과 언론계 인사들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 언론장악방지법 통과를 가로막고 있는 새누리당을 규탄하기 위한 촛불집회가 열린 것이다. 언론계는 이 자리에서 촛불집회로 나타난 민의를 외면하고 되레 호도하려는 정치권과 공영방송 수뇌부의 최근 태도를 성토하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새누리당의 공약이었는데, 새누리당 집권 9년 동안 공영방송이 너무도 많이 망가졌다. 언론이 제대로 숨쉬고 있었다면 나라가 이 지경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언론의 문제를 푸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장악방지법 통과에 대해 신상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여당 간사인 박대출 의원을, 박대출 의원은 당론을, 야당은 여당을 핑계로 내세운다. 앞으로 언론을 장악하지 않겠다는 맹세로 정치권은 당장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성토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민중의 ‘촛불 민심’을 사익으로 이용하려는 커다란 배신이 시작됐다. 최근 한국방송 이사회에서는 극우 성향 이사들이 주도하여 <제이티비시>(JTBC)가 보도한 ‘태블릿 피시’의 출처를 문제삼아야 한다는 논의가 오갔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최순실씨 소유로 알려진 태블릿 피시는 ‘국정농단’의 핵심 증거가 됐다. 그런데 공영방송 이사회에서 그 증거 능력을 무력화시키려는 논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권력에 장악된 공영방송이 촛불의 민의를 뒤엎기 시작했다”며 “또다른 싸움이 불가피하다”고 선언했다.

성재호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 본부장 역시 최근 한국방송 내부 기류가 촛불 민심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태블릿 피시의 출처를 ‘불법 취득’으로 몰아가려는 위증·공모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 한국방송 <뉴스9>에서는 어제까지도 이에 대한 뉴스가 한 꼭지도 없었다. 어제 노조가 보도국장에 항의해서 한 꼭지가 겨우 반영됐는데, 그나마 야당을 걸고 넘어지는 등 ‘물타기’에 그쳤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중앙일보>가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정동춘 전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 등과 모의해, 태블릿 피시를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의 것으로 보이게 하면서 제이티비시가 절도한 것으로 하자고 했다”는 노승일 케이스포츠재단 부장의 폭로를 보도해, 위증·공모 파문이 일었다. 그런데 한국방송은 19일 이 내용을 전한 뒤, “이완영 의원은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고영태 증인을 두차례 만났는데, 그러면 박 의원도 위증 모의를 한 것 아니냐고 맞불을 놓았다”고 덧붙였다. 마치 폭로를 통해 의혹이 제기된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을 나란히 붙여 문제를 희석시킨 셈이다.

성 본부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었던 한국방송이 그동안 마지못해 보도 경쟁에 참여해왔는데, 지난 9일 이후 도로 ‘친박 뉴스’로 돌아가고 있다. 전 대표의 말대로 ‘조직적 반격’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을 장악해온 부역 세력들이 영원히 발 붙이지 못하도록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능희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본부장은 “새누리당은 강한 언론이 강한 정부를 만든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언론을 장악해 약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스스로 ‘한 방에 훅 간 것’이다. 지금이라도 언론장악방지법을 통과시켜 언론을 강하게 만드는 것만이 새누리당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충고했다. 오기현 한국피디연합회 회장은 “한국방송, 문화방송 등 공영방송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건강한 방송으로 거듭나야만 우리 방송이 바로 선다”고 지적했다.

이날 동료들과 함께 천막농성장을 지킨 강윤기 한국방송 피디도 마이크를 잡았다. 시사·교양 피디인 그는 “과거 공영방송 피디들은 <에스비에스>(SBS)의 <그것이 알고싶다>가 <추적60분> <피디수첩> 등의 정통적인 시사고발 프로그램과는 ‘결이 다르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면서 그런 말 했던 것이 부끄럽고 죄송하다.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이 지지부진한 동안 민영방송의 <그것이 알고싶다>가 권력의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던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동료들이 돌아가면서 밤새워 천막을 지키고 있는데, 올해가 지나기 전까진 꼭 언론장악방지법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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