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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언론인들, “‘박정희·박근혜 체제’ 부역한 언론인 심판해야”

등록 2017-03-17 17:22수정 2017-03-17 18:13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2년 맞아
“촛불혁명이 박정희의 망령과 신화를 쓸어냈다”
민주주의·공정언론 위해 ‘언론 부역자 청산’ 다짐
3월17일 오전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2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3월17일 오전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2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자유 언론과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다가 해직된 언론인들은 오랫동안 한국 언론의 사표였다. 정치권력, 자본권력의 외압에 언론은 늘 망가지고 구부러지기 일쑤였지만, 해직 언론인의 존재는 그 속에서 단단한 중심을 잡는 심지가 되어왔다. 1975년 박정희 정권 때 강제 해직된 <동아일보> 출신 기자 113명이 결성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는 그 대표적인 상징이다. 4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터로 되돌아가지 못한 이들 해직 언론인들은 2012년 옛 ‘박정희 체제’가 박근혜 정권으로 부활하는 것을 봐야했고, 최근에는 거대한 촛불의 힘으로 그 박근혜 정권이 종식되는 역사적 현장을 목도했다.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동아일보 앞에서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 주최로 동아투위 결성 42년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42년이란 세월이 참 빠르다”며, 1975년 3월17일 새벽 동아일보 사옥 안에서 농성을 벌이다 괴한들에게 끌려나갔던 기억을 다시 더듬었다. 그렇게 쫓겨난 것이 곧바로 동아투위 결성으로 이어졌고, 해직 언론인들은 오늘날까지도 동아일보 사옥 안에 한발짝도 들여놓지 못했다. 그 뒤 해마다 조촐한 기념식을 열었으나, 올해는 다른 때보다도 그 의미가 깊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촛불혁명’이 우리 사회에 남아있던 박정희의 망령과 신화를 쓸어냈다. 여기에 힘입어 오늘은 민주주의와 공정 언론을 바로 세울 결의를 다지는 날”이라고 말했다.

3월17일 오전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열린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2년 기자회견에서 김종철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3월17일 오전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열린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2년 기자회견에서 김종철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참석자들은 과거 해직 언론인들의 투쟁이 이번에 정치권력의 불의를 단죄하는 원천적인 힘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42년전 다른 민주인사들과 함께 언론인들을 돕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왔던 이해동 목사는 “과거 30~40대였던 사람들이 이젠 모두 노인이 됐고,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도 많다. 그러나 그 뜻만은 결코 낡지 않았고 앞으로도 낡지 않을 역사의 밀알로 계속 새롭게 자라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2년 동안 동아투위 위원 113명 가운데 26명이 세상을 떠났는데, 정보기관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거나 옥살이와 생활고로 얻은 병 때문에 운명한 이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김환균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을 단죄할 수 있었던 것은 42년 전 용감하게 일어섰던 언론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나무에서 나온 열매라고 해서 모두 같지 않듯 우리 언론계에는 여전히 나쁜 열매가 많다.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언론인들은 앞으로도 힘껏 싸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해직 언론인들이 온전하게 복귀할 수 있어야 촛불이 비로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언론탄압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과거부터 오늘까지 정치권력의 언론탄압 실체를 말끔히 규명하고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월17일 오전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열린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2년 기자회견에서 박성호 MBC 해직기자가 발언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3월17일 오전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열린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2년 기자회견에서 박성호 MBC 해직기자가 발언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후배 해직 언론인들도 마이크를 잡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정방송’ 투쟁 과정에서 해직된 박성제 <문화방송>(MBC) 해직 기자는 “2007년 노조위원장으로 일하던 시절 동아투위 선배님들을 뵈었을 때 ‘더이상 언론인이 해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제가 5년째 해직 언론인으로 살고 있다”며, “기필코 공정 언론을 바로세우고 일터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비슷한 시기에 해직된 박성호 문화방송 해직 기자는 “동아투위 선배들은 언론 자유를 위한 투쟁으로 우리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는 점에서는 과거형, 후배 해직기자들과 함께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현재진행형, 그리고 앞으로 언론이 어때야 하는지 나아갈 길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미래형”이라고 말했다.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박정희 정권 이래 지금까지 권력에 아부하거나 기생하면서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을 파괴하는 데 앞장선 부역자들을 낱낱이 가려내어 다양한 방법으로 심판대에 올릴 것을 굳게 다짐한다”고 천명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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