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가 24일 오전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TV조선 재승인을 규탄하는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막말·편파 방송’ 등으로 비판받아온 종합편성채널(종편) 3사에게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또다시 재승인을 내줬다. 심사 기준 점수를 만족한 <제이티비시>와 <채널에이>뿐 아니라 기준 점수에 미달한 <티브이조선>까지 ‘조건부’로 재승인을 내줘, 방통위는 지난 2014년에 이어 또다시 종편에 ‘면죄부’를 줬다.
방통위는 24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티브이조선, 채널에이, 제이티비시 등 종편 3사의 재승인을 의결했다. 2011년 출범한 종편은 3년에 한 번씩 방통위로부터 재승인을 받아왔다. 13명으로 이뤄진 심사평가위원회의 심사에서 티브이조선은 총점 1000점 가운데 기준 점수(650점)에 못 미치는 625.13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이티비시는 “공적책임·공정성 관련 실적과 계획이 우수하고 편성에 균형이 있으며, 콘텐츠 투자 의지가 적극적”이란 호평을 받으며 731.39점을 받았다. 채널에이는 661.91점으로 기준 점수를 간신히 넘겼다.
그러나 방통위는 “티브이조선이 청문 과정에서 추가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이행 의지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하여, 한 차례 기회를 주되 사업계획과 추가개선계획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재승인 조건을 부과한다”고 결정했다.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 결과와는 다른 결정을 내린 셈이다. 상임위원들은 “이번 재승인 심사로 종편이 실질적인 ‘종합편성’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티브이조선뿐 아니라 심사 기준 점수를 넘긴 제이티비시와 채널에이에도 재승인 조건들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종편 3사에 방송심의 규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기구를 구성·운영할 것, (방송 심의에 따른) 법정 제재를 매년 4건 이하로 유지할 것, 뉴스·탐사보도·시사논평·토론대담 장르의 프로그램은 스스로 제시한 비율 이내(33.3% 이하)로 편성할 것 등을 공통의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했다.
심사 점수에 미달한 티브이조선에는 생방송 시사 프로그램 축소, 1년 동안 법정제재 3차례 받으면 프로그램 폐지, 다른 종편에서 제재받은 진행자·출연자 출연 배제 등 방송의 공정성·공익성·공적책임을 위해 스스로 제출한 계획들을 준수하라는 조건이 붙었다. 진행자·출연자 때문에 법정 제재를 받는 경우 해당 진행자·출연자를 모든 프로그램에서 출연정지 조처한다는 조건도 있다. 종편들은 해마다 한 차례 방통위에 재승인 조건에 대한 이행실적을 제출해야 하는데, 티브이조선은 재승인 뒤 6개월 이내에 중간보고서를 내야 한다. 또 이행실적 점검에서 재승인 조건을 어기면, 그 뒤론 6개월 단위로 방통위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방통위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재승인 조건을 반복해서 위반하면, 업무정지, 청문, 재승인 취소 등의 절차를 밟겠다”고 강조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전에 없던 특이하고 새로운 조건들을 부과했는데, ‘종합편성’ 취지에 맞는 종편으로 거듭나려면 최소한 이런 조건들이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처럼 재승인 거부라는 가장 강력한 조처를 행사하길 꺼리는 방통위가 종편을 엄격하게 점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방통위는 이미 지난 2014년 티브이조선에 ‘방송의 공적책임 및 공정성 확보 방안 마련’, ‘콘텐츠 투자계획 준수’, ‘종편의 위상에 걸맞는 수준으로 보도 프로그램 편성비율 낮출 것’ 등을 조건으로 삼아 재승인을 내어준 바 있다. 그러나 그 뒤 3년 동안 티브이조선을 비롯한 종편들은 단 한 번도 재승인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방통위의 대응은 ‘과징금 부과’ 수준에 그쳤다.
언론시민단체들의 모임인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방통위는 언론 적폐 청산을 시급한 현안으로 내걸고 종편 퇴출을 요구한 촛불 민심을 처참히 짓밟았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족벌언론 티브이조선으로부터 농락당한 방통위는 이제 규제기구로서의 위상을 모두 상실했다”며, 앞으로 ‘종편 퇴출’의 걸림돌이 된 방통위 자체를 개혁하는 데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