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제재 연 4건 등 ‘조건’ 있지만
언론단체, 실효성 있을지 우려
방심위에도 지나치게 권한 집중돼
“종편 문제는 과잉경쟁서 비롯
정당한 평가 거쳐 퇴출 결단해야”
언론단체, 실효성 있을지 우려
방심위에도 지나치게 권한 집중돼
“종편 문제는 과잉경쟁서 비롯
정당한 평가 거쳐 퇴출 결단해야”
방통위, 종편에 또다시 재승인
지난 24일 <티브이조선> <채널에이> <제이티비시> 등 종합편성채널(종편) 3사를 재승인해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결정에 또다시 종편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높다. 방통위는 까다로운 조건을 달았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문제 있는’ 종편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이번 재승인 심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종편들 사이의 격차다. 13명의 전문가로 이뤄진 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보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제이티비시>(총점 1000점 가운데 731.39점)와 기준 점수에 미달한 <티브이조선>(625.13점)은 100점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제이티비시>가 다섯가지 심사항목 가운데 ‘경영·재정·기술적 능력’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한 반면, <티브이조선>은 ‘방송평가’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방통위는 <제이티비시>의 재승인 유효기간을 2020년 11월30일까지로 다른 두 종편(2020년 4월21일까지)보다 길게 결정했는데, 이는 이런 격차를 고려한 ‘인센티브’의 성격이 짙다.
종편 사이의 격차는 무엇보다 방송의 공정성·공적 책임, 종합편성채널의 취지에 맞는 편성 등에 대한 판단에서 크게 벌어졌다. 오보·편향·막말 등 방송의 공정성과 공적 책임 외면, 시사·보도 위주의 불균형한 편성, 콘텐츠 투자의 불이행 등은 그동안 수도 없이 제기된 종편의 3대 문제점이다. 이번 심사에서도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항목에 총점 1000점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210점을, ‘방송 프로그램의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 항목에 190점을 할애했다. 13명의 전문가로 이뤄진 심사위원들도 이 대목을 집중적으로 검토해 <티브이조선>에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보도·교양·예능을 ‘1 대 1 대 1’로 편성하겠다”, “출연자가 한 번이라도 법정 제재를 받으면 방송에서 하차시키겠다” 등 <티브이조선>이 내놓은 약속들과 “법정 제재를 매년 4건 이하로 유지하라” 등 방통위의 재승인 조건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재승인 조건의 실효성에 대해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과거 종편의 심의·제재 이력을 보면, 법정 제재를 4건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앞으로 방송 심의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종편의 생살여탈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적절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방심위가 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가 많았는데, 이번 재승인 조건은 오히려 그런 논란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란 지적이다. 또 “일부 종편이 교양 프로그램 등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획기적인 제작비 투자가 없는 한 여지껏 만들어왔던 ‘스튜디오 제작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콘텐츠의 전반적인 ‘하향평준화’를 우려했다.
그 때문에 규제기관이 재승인 조건 이행을 점검하는 등 종편을 ‘단속’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책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지상파에 견줘 종편에 대한 규제가 헐겁다. 지상파에 준하는 규제를 도입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한 종편은 퇴출시키거나 보도전문이나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 볼 때, 그동안 종편이 드러낸 여러 문제점은 6년 전 정치적인 결정에 따라 종편 사업자가 4곳이나 한꺼번에 등장하면서 이미 포화 상태인 방송광고 시장에서 과잉 경쟁을 벌여온 데서 비롯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제 종편의 문제점을 바로잡으려면 시장에서의 정당한 평가를 통해 문제 있는 종편이 자연스럽게 도태하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종편에 주었던 각종 특혜들을 회수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방송법도 아닌 방송법 시행령에서 종편 전체를 ‘의무전송 채널’로 지정한 조처다. 2015년 한 해 동안 종편 4사가 의무전송 대가로 벌어들인 돈은 513억원에 달한다. 종편 사업자마다 각자의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를 두도록 한 제도도 “종편에 사실상 직접 광고영업을 허용한 특혜”란 비판을 받아왔다. 출범 당시 종편 4사가 모두 10번대의 ‘황금채널’을 배정받았던 것은 종편이 영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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