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이전에 싸이월드가 있었다. 싸이월드는 아이폰과 페이스북 이전 2000년대를 상징하는 한국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한때 사용자가 3200만에 이를만큼 인기를 누렸다. 22일 삼성이 싸이월드에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이데일리> 보도가 나오면서, 3040 누리꾼들은 미니홈피와 함께 10대 20대를 보낸 십수년 전의 추억에 빠져들었다.
1. 싸이월드: 누가 더 불행한가
2. 페이스북: 누가 더 행복한가
3. 인스타그램: 누가 더 잘먹나
4. 카카오스토리: 누구 아이가 더 잘크나
싸이월드부터 페이스북까지 최근의 SNS를 정리한 누리꾼의 한줄 논평은 폭발적인 공감을 사기도 했다. ‘싸이월드’를 생각하면 함께 떠오르는 키워드 여섯 가지를 정리해봤다.
1. 미니홈피
싸이월드라고 하면 단연 미니홈피다. 싸이월드는 1999년 창업 당시에는 클럽 서비스를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프리챌과 아이러브스쿨, 다음 카페 등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2001년 한 사람 한사람의 정체성을 담아 페이지를 꾸미고 운영할 수 있는 미니홈피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미니홈피에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대문 글’을 꾸밀 수 있었다.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게재하고, ‘투데이 이즈(Today is)…’에 ‘즐거움’이나 ‘우울함’ 등의 기분 상태를 표시해줄 수 있었으며, 그 밑에 페이지나 자신에 대한 소개 글을 적는 방식이다.
감성 돋는 일기를 적을 수 있는 ‘다이어리’, 사진을 갤러리 형태로 저장해둘 수 있는 ’갤러리’, 여러 가지 성격의 글터를 운영할 수 있는 ‘게시판’, 방문자들이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방명록’ 등이 미니홈피의 핵심 페이지들이다.
미니홈피가 계산해주는 누적 방문자와 당일 방문자는 인기의 척도이기도 했다.
2. 일촌
싸이월드에서는 친한 사용자끼리 일촌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한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에게 일촌 관계를 맺어 달라고 요청하는 쪽지를 보내 상대방이 받아들이면 관계가 형성된다. 일촌은 일반 사용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일부 게시물이 보이고, 개인 정보도 주고받을 수 있다. 관계에 관해 설명해주던 ‘일촌평’도 빼놓을 수 없다.
싸이월드는 가입자에게 쪽지를 보내 일촌 신청을 할 수 있었다.
3. 도토리
미니홈피에서 자신을 가장 뽐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미니룸이었다. 미니홈피 첫 화면에 있었던 미니룸은 개인의 취향에 맞춰 방을 꾸밀 수 있었다. 미니룸을 하와이 해변이나 근사한 호텔룸처럼 꾸밀 수 있었는데, 이때 아이템을 구입하는 가상화폐가 ‘도토리’였다. 도토리는 한 개에 10원. 도토리로는 미니홈피의 다양한 바탕 화면(스킨)과 자신의 아바타인 ‘미니미’의 옷, 가상의 자기 방인 ‘미니룸’ 인테리어 소품을 구입할 수 있고, 배경 음악, 글꼴 등도 살 수 있게 했다. 도토리나 배경 음악, 스킨 등을 친구들에게 선물할 수도 있었다. 또 친구의 미니미를 자신의 미니룸에 초대할 수도 있었는데, 커플들은 종종 자신의 미니룸에 연인을 초대해 두기도 했다.
도토리로 꾸며진 미니룸의 모습. 보통 한 방에는 미니미가 한 명 있었지만, 친구나 연인을 초대할 수도 있었다.
4. 허세
싸이월드 하면 허세다. 일부 누리꾼들이 미니홈피 대문이나 다이어리에 오글거리는 문구를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우 장근석은 2008년 자신의 미니홈피에 “따뜻한 커피를 시키고 사진을 찍고 수없이 메모를 하며 어느새 네 번이나 리필을 하는 그의 모습은 염치 없다기보다는 그만의 여유를 즐기는 것 같아 보인다. 그게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이다”라는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게재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밖에도 “따사로운 햇살아래에 한가로이 누워 있노라면 더불어 앙드레 가뇽의 연주가지 함께라면 더 이상 어떤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부르트고 감각마져 무뎌져 버렸다. 내 어깨에 걸려져있는 기타를 부숴버리고 싶다. 줄을 가위로 자르고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질러 한 주먹안에 들어오는 재로 만들고 싶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한 열망은 그들에게 지고 싶지 않다. 나도 몰랐던 내 안에 순수한 열정” 등의 글로 일명 ′허세근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가수 채연도 울먹이는 사진과 함께 “난...ㄱㅏ끔... 눈물을 흘린ㄷㅏ... ㄱㅏ끔은 눈물을 참을 수 없는 ㄴㅐ가 별루ㄷㅏ... 맘이 ㅇㅏㅍㅏ서... 소ㄹㅣ치며... 울 수 있ㄷㅏ는 건.... 좋은 ㄱㅓㅇㅑ... ㅁㅓ... 꼭 슬ㅍㅓㅇㅑ만 우는 건 ㅇㅏ니잖ㅇㅏ...^^ 난... 눈물ㅇㅣ...좋다... ㅇㅏ니... ㅁㅓ리가 ㅇㅏ닌.... 맘으로....우는 ㄴㅐㄱㅏ좋ㄷㅏ...”라는 글을 올려 때마다 소환되고 있다.
5. 스마트폰
한때 3200만의 회원을 거느렸던 싸이월드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추억 속으로 묻히기 시작했다.
싸이월드가 몰락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미니홈피 인터페이스가 새롭게 열린 스마트폰 시대에 전혀 적응하지 못한 이유가 컸다.
특히 2009년 말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뒤 아이폰 열풍이 일었지만, 미니홈피는 아이폰에서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클 만큼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초기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잃게 되면서 점점 페이스북에 밀리기 시작했다.
미니홈피 개설을 네이트온 아이디로만 접근할 수 있도록 강제 차단한 것도 플랫폼의 폐쇄성을 강화한 기반이 되고 말았다. 어떤 도메인이든 이메일 계정만 있으면 개설할 수 있는 페이스북과의 결정적 차이다.
도토리로 대변되는 아이템 장사에 너무 집중한 점도 사용자들의 반감을 샀다. 이 때문에 페이지 개발이나 모바일 대응 등에는 공력을 기울이지 않고, 눈앞의 수익을 위한 아이템 개발에 모든 역량을 들이는 우를 범했다. 사용자들의 외면을 산 결정적인 이유였다.
6. SK커뮤니케이션즈
1999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있던 이들이 벤처 형식으로 창업한 싸이월드는 2003년 8월 SK커뮤니케이션즈에 합병됐다. 하지만 2010년대 실패의 그늘 속에서 2014년 사원 주주 회사로 다시 독립했고, 2016년 7월에는 동영상 커뮤니티 업체인 에어라이브와 합병되어서 지금에 이르렀다. 삼성의 투자를 받은 싸이월드가 2000년대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