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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30 18:44 수정 : 2019.04.30 20:12

<성서공동체에프엠(fm)>에서 인도네시아 이주민 방송을 진행하는 인도네시아 이주민들. 성서공동체에프엠 제공

공동체라디오 전국 7곳 출력 증강 신청

공장 밀집한 대구 성서공동체FM
이주노동자 언어로 밤 9시대 방송
서울 마포FM은 1인 가구 프로그램

출력 1와트 한계…일본 20분의 1
신규사업자 확대 약속도 흐지부지
전문가 “소리 잘 들려야 광고 유치
청취범위 확대가 지속가능성 담보”

<성서공동체에프엠(fm)>에서 인도네시아 이주민 방송을 진행하는 인도네시아 이주민들. 성서공동체에프엠 제공
‘공동체 라디오’는 청취자가 듣기만 하거나, 참여라야 사연을 보내는 게 전부인 기존의 라디오 방송과 다르다. 멀리 중앙에서는 귀 기울이지 않는 ‘우리 동네’의 사건사고와 현안에 대해 들을 수 있고 또 직접 마이크를 잡고 그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수도 있는 지역밀착형 풀뿌리 방송이다. 2004년 시범방송 뒤 서울에 관악·마포 2곳, 성남, 대구·광주·공주·영주 등 전국 7곳에서 운영되며 15년간 마을 사랑방 구실을 해왔다. 공영방송·민영방송과 달리 제3영역의 방송으로 규정된 공동체 라디오가 지역 공동체와의 연대 속에 지역사회 발전을 함께 책임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외면 속에 재정적으로 고사 위기를 겪고 있다.

■ 지역성 살리는 동네 방송국
공동체 라디오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성 구현이다. 최성은 전주미디어센터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공동체 라디오는 광역 단위의 지역방송들보다 더 작은 지역에 밀착한 내용을 다뤄 지역 청취자들의 공감력이 높다”며 “디지털 시대에도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민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지역사회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또 공동체 라디오는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만큼 공적 책무 실현에 앞장선다. 도서관 설립이나 어린이나 노인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신호등을 세우자거나 재래시장 근처에 대형 마트가 들어올 때 활발한 의견이 오간다. 방송 전문가보다 진행은 투박하지만 기존 방송과 달리 사회적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풋풋하게 담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에 위치한 <성서공동체에프엠>은 성서 주민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전파를 타는 이 방송은 밤 9시대엔 방글라데시아·인도네시아·동티모르 등 이주 공동체들이 자기들 말로 이야기하는 이주민 방송을 꾸려간다. 이경희 방송본부장은 “이곳은 소규모 공장이 밀집해 이주노동자 비율이 높다. 결혼 이주 여성도 많아 방송국 근처 학교엔 이주민의 아이들이 많이 다닌다”며 “이주민과 장애인을 포함한 주민들과 더불어 마을공동체를 실현하는 것이 방송의 주요 소임”이라고 역설했다. 최근 방송된 <우리는 마을에 산다>는 유해물질이 우려되는 폐목재 소각발전소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대운동으로 대구시의 사업 불허 결정을 이끌며 숨 쉴 권리를 되찾은 이야기로 공동체 라디오의 중요성이 부각된 사례다. 이밖에도 심리 상담을 하며 신청곡을 들려주는 <좀 놀아본 언니 상담소>와 아이를 키우거나 직장 때문에 전시장에 갈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미술 이야기를 풀어내는 <보따리 미술관>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서울 상수동에 위치한 <마포에프엠>은 1인가구가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혼자 사는 법>이나 새 책을 소개하는 <책 잡히는 라디오, 독감>과 성소수자의 시선과 정보가 담긴 음악프로그램 <엘 양장점>이 눈길을 끈다. 광주광역시 북구를 기반으로 하는 <광주에프엠>은 주민 160여명이 음악·책·진로 등 60여개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가 주최하고 공동체 라디오 <마포에프엠(fm)>과 <관악에프엠>이 주관한 ‘돌담길 라디오’ 행사에서 시민들이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마포에프엠 제공
■ 제도 정비로 활로 모색을
비영리 방송인 공동체 라디오는 개국 15년이 되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어서 여전히 경영난에 시달린다. 상근자는 2~5명 안팎으로, 대부분 자원활동가에게 의존한다. 시민사회는 공동체 라디오 활성화를 위해 출력 증강, 신규 사업자 허가, 제작 지원 등 제도적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1와트에 그치는 출력이다. 애초 이 정도면 반경 4~5㎞에서 청취할 수 있다고 했지만 송신탑이 보이는 직선거리 1㎞ 이내나 가능하고 이를 벗어나면 ‘지직’거리기 일쑤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100와트, 일본 20와트, 영국 20~50와트, 오스트레일리아 10~50와트 등 우리보다 훨씬 세기가 강하다. 그만큼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감대와 소통이 넓어진다는 의미다.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공방협)는 방송법 규정에 따라 10와트로 높여달라는 신청서를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제출했다. 공방협 상임이사인 송덕호 마포에프엠 대표는 “전국 7곳 공동체 라디오가 일제히 출력 증강을 신청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선 출력을 올리면 혼선과 잡음을 유발해 지상파 방송 등 다른 매체에 영향을 준다며 부정적이지만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필수적인 공동체 라디오를 살리기 위해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주파수 정보를 독점하지 말고, 미국처럼 데이터를 공개해 투명하게 검증하자는 것이다. 공동체 라디오 규제 당국은 전파 부분은 과기부 소관이고 허가는 방통위가 관장한다. 방통위 쪽은 “과기부에서 기술 심의를 진행 중이고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통보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쟁점은 사업자 확대다. 문재인 정부는 공동체 라디오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4기 방통위의 이효성 위원장도 신규 사업자 추가 인허가 의지를 피력한 바 있으나 예산 문제 등으로 아직까지 가시적 결과는 없다. 공방협은 이달부터 신규사업지원단을 꾸려 공동체 라디오에 관심 있는 예비 사업자에게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공방협 신규사업지원단장인 유영주 광주에프엠 대표는 “일본만 해도 공동체 라디오가 300여개다. 우리도 각 시도 차원으로 5~6개씩이나 광역 자치단체 규모인 최소 17개는 나와야 플랫폼의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선 출력부터 우선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만제 원광대 행정언론학부 교수는 “출력 증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소리가 잘 들려야 지역의 작은 광고라도 유치하며 안정적 운영을 위한 재원 확보의 길이 열린다”고 짚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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