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4 17:12
수정 : 2019.05.14 20:08
|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뉴스톱’ 대선공약 전수조사 결과
신문 진흥·지역방송 활송화 등
언론분야 이행률 0%…사실상 손놔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 준비위 출범
언론단체, 범사회적 논의기구 제안
정부·국회에 ‘미디어개혁위’ 구성 촉구
|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자유방임’
출범 2주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대선 때 내세운 언론 공약은 이행된 것이 거의 없고 언론 개혁은 사라졌다는 비판이 높은 가운데 언론시민단체는 낡은 법체계를 털고 뉴미디어 시대에 맞게 ‘미디어판’을 새로 짜자며 미디어 개혁을 위한 범사회적 논의기구를 촉구하는 제안에 나섰다.
■ 불간섭, 무정책…시장은 혼란
문재인 정부의 언론분야 대선 공약은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복지 구현 △균형발전 위한 지역방송 활성화 △신문 진흥과 지역신문 지원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 구축 등이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이 운영하는 대선공약 평가 사이트 ‘문재인 미터’는 문재인 정부 2년을 맞아 시민언론단체들과 공약 887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문재인 정부 공약 이행률은 13%로 언론 분야에선 완료된 공약은 없다. ‘시청자가 참여하는 수신료위원회 설치' ‘지역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미디어 공공성을 보장하는 공약은 지체 중”이라고 평가했다. 언론 공약은 다른 분야들과 견줘 수도 적고 고갱이도 없었는데 이마저 정치·경제 등 우선순위에 밀려 이행률이 떨어지는 등 관심권 밖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디어 정책에 대해 도대체 청와대의 컨트롤타워가 있느냐는 질타와 함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등 방송법 개정안을 논의·통과시켜야 할 국회에선 벌써부터 내년 총선만 바라보며 외면하는 형국이라 역시 기대할 바가 못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때 정부 조직 개편이 이뤄지지 않아 미디어 정책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미디어 개혁 실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진단했다.
권혁남 전북대 교수는 “언론들이 정권을 감시하는 역할을 넘어 정권 물어뜯기에 혈안이 된 시장 환경에서 문재인 정부의 언론정책은 2년 동안 아무것도 없었다. 이른바 자유방임형 또는 불간섭, 무정책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최소 통제가 최대 통제일 수 있으나 언론이 이성적으로 활동하지 않을 땐 언론의 횡포가 국민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오는 역기능이 있다”며 규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달라진 환경에 맞는 법제도 마련을
전문가들은 언론정책 실종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유튜브, 오티티(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뉴미디어 등장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는 법과 규제가 정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특히 공공성을 담보하는 공영방송 위기와 저널리즘의 중심을 잡던 신문들의 경영난 등 레거시 미디어들의 추락도 미디어 개혁에 대한 절박감을 보태고 있다.
지난 9일 전국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연대 등 언론단체 주도로 시민사회에 언론 개혁을 위한 범사회적 논의를 제안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최정기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미디어가 처한 여러 환경 변화 속에 미디어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동의하는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 준비위를 꾸렸다. 앞으로 시민단체를 폭넓게 초청해 다양한 견해를 듣고 힘을 결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달 말쯤 토론회를 열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일단 정부와 국회에 언론 개혁과 공공성을 위한 범사회적 논의기구 ‘미디어개혁위원회’(가칭) 설치를 제안할 예정이다. 미디어개혁위는 김대중 정부 때 활동했던 방송개혁위원회(방개위)의 취지와 유사하다. 방개위는 당시 뉴미디어로 떠오른 케이블방송 등장 이후 달라진 방송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한시적 대통령 직속기구로 1998년 12월에 출범됐다. 강대인 전 방개위 부위원장은 <한겨레>에 “당시 매체 환경의 변화에 이해 충돌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밤샘·난상토론 등으로 3개월간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방개위의 시대적 의미를 전했다. 그는 이어 “2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규율하는 법체계가 그대로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기형적 체제로 정책이 유지된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준비위는 앞으로 규제기구·신문·방송 등 분과를 나눠 구체적인 의제를 제안할 예정이다. 학계, 언론시민단체, 현업 언론인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해 여론 지지를 추동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산업 논리나 매체 중심이 아닌 시민 관점에서 미디어 권리와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점이다.
특히 미디어 정책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주무 부처가 분산된 규제체계로 종합대책이 나오지 못했던 현실을 반영할 논의가 절실하다. 또 신문 진흥 차원에서 거론되던 신문 구독료 소득공제가 아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세액공제로 논의가 진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젠더나 인권 등 새롭게 떠오른 가치도 시대에 맞춰 반영해야 한다.
준비위에 민언련 정책위원장으로 참석한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어느 정권이나 언론정책은 뜨거운 감자다. 정권이 정치적 의도를 갖지 않아도 이해 당사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정책을 펼치지 않는 현실은 안타깝다”며 “권력의 언론장악이 아니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공공성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정부가 주저하지 말고 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시민단체가 압박, 견인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