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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4 04:59 수정 : 2019.07.24 07:36

2013~2019년 6월 관련 심의 39건
SBS, 일베 방송사고 11건 최다

우리 사회 혐오 조장의 온상지인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의 변조 이미지나 용어가 버젓이 전파를 타는 방송사고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일베는 자신들을 상징하는 손가락 표현이나 ‘ㅇㅂ’ ‘ILBE’ 등 자기들끼리 통용되는 표시로 세월호 희생자를 희화화하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고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한다.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등 지상파 방송들은 일베 관련 방송 준칙을 만들고 재발 방지 시스템 강화를 약속하고 있지만 ‘일베 원천봉쇄’엔 역부족이다.

악성 림프종으로 사망한 미국 화가 밥 로스를 소개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화면으로 노출한 문화방송의 <기분좋은 날>(2013년12월18일 방송). 방심위에서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2013년부터 2019년 6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일베 관련 방송심의 결과는 총 39건이다. 이 가운데 ‘관계자 징계 및 경고’로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를 받은 프로그램은 문화방송의 <기분 좋은 날>(2013년 12월 방송분)이다. 악성 림프종으로 숨진 미국 화가 밥 로스를 소개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합성 화면을 노출한 사안이다. 최근 일베 관련 심의는 지난 11일 방송소위에서 열린 <한국방송1>의 <티브이는 사랑을 싣고>(3월 방송분)였다. 서울대학교 로고 대신 일베가 변형해 만든 ‘ILBE TAS LUX MEA’(일베는 나의 빛) 이미지를 내보낸 것으로, 제작진은 외주사에서 구글에 올라온 이미지를 사용한 것을 점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방송소위에선 “희화화와 조롱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노출한 것은 방송 스스로 신뢰와 품위를 지키지 못한 것”이라며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티브이조선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6월25일 방송)은 호남 지역인들을 폄훼하는 일베 용어인 ‘전라디언’을 자막으로 사용했다.
<티브이조선>도 지난달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에서 자막에 일베의 호남 비하 용어인 ‘전라디언’을 썼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사과했다. 이 방송은 바로 전주에도 ‘별 노무? 음식’이라는 자막을 썼는데 ‘노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용어다.

에스비에스 <8뉴스>(2015년 7월30일)는 헌번재판소 로고 대신 ㅂ자가 들어간 일베 로고를 합성한 이미지를 썼다.
이미지 무단 다운로드 금지 등

재발방지 가이드라인 ‘역부족’

일베 관련 방송사고가 가장 많았던 방송사는 에스비에스로 계열사를 포함해 11건 발생했다. 메인뉴스인 <8뉴스>에서만 4건이었다. 노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한 이미지, 노 전 대통령 음성을 짜깁기한 음원, 연세대학교와 헌법재판소 로고를 일베 로고로 변조한 이미지 노출 등이었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자 에스비에스는 2017년 6월 박정훈 사장의 담화를 통해 △모든 포털의 이미지 다운로드 무단 사용 금지 △불가피하게 다운로드가 필요할 경우 해당 기관의 공식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정품 사용 △외부 사이트 이미지 사용 때 상위 3단계 교차점검과 최종 결정자의 서면 결재 뒤 사용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런 조처 뒤 에스비에스에선 일베 사고가 비교적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방송은 지난해 일베의 세월호 참사 피해자 조롱을 연상시키는 ‘어묵 먹방’ 이미지를 쓴 <전지적 참견 시점> 파문을 거치면서 제작 가이드라인을 정비했다. 특히 일베 이미지와 관련해선 “구글에서 찾은 고화질 무료 이미지는 일베와 관련이 매우 높아 음영사진, 시지(CG), 한반도기, 대학교 로고 등을 다룰 때 철저히 사전 점검을 바란다”며 편집사고 예방 세칙을 마련했다. 한국방송도 위·변조된 일베 이미지 예시 등을 담은 ‘그래픽 이미지 사용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발표했다. 외주제작사와 계약 때도 이를 설명하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조처에도 일베 표현이 뿌리뽑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시간에 쫓겨 제대로 확인을 하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갈수록 일베 이미지가 매우 교묘해지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한다. 한 방송사 피디는 “일베 이미지는 숨은 그림 찾기와 같아 10명이 봐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흐르는 화면에서 몇초 안 되는 시지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에스비에스의 <8뉴스>(2013년9월27일)는 스포츠뉴스에서 연세대 로고와 일베를 합성한 로고를 내보냈다.

일베 이미지 갈수록 교묘해져

방송사 내부에서 일베 활동 의혹도

방송사에 실제로 일베 회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또 다른 지상파 피디는 “방송사 엘리베이터에서 일베 손모양을 한 인증샷이 일베 사이트에 올라오기도 했다. 사진을 보자마자 일베를 잡아내려고 시시티브이를 확인했지만 내부 저장 기간이 지났다. 확인하지 못하게 저장 기간이 지날 때쯤 올린 것”이라며 “내부에 일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방송>(KBS) 1텔레비전의 <티브이는 사랑을 싣고>(3월22일 방송)는 서울대학교 로고 대신 일베가 변형해 만든 이미지 ‘ILBE TAS LUX MEA(일베는 나의 빛)’를 내보냈다.
시청률과 지지 시청자의 충성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도 있다. 박태순 미디어로드연구소장은 “일부 종편이 위법 사항을 알면서도 처벌에 대한 대가와 이익의 수위를 비교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베식 표현의 튀는 방송으로 경쟁을 불 질러 공영방송의 콘텐츠 질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 검증인력 배치 등 필요”

“비정규직 포함 교육 강화를”

전문가들은 방송사 내 비정규직 인력을 최소화하고 전문가 배치 등 실효성 있는 검증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일베 사고가 터지면 방송사들은 내부 서버에 접속하지 못하는 외주제작사나 그래픽 등 편집 후반 작업을 하는 비정규직에게 책임을 떠넘겨왔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방송사가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해 이미지를 전문적으로 검증하는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작가나 비정규직 등 방송의 모든 종사원에 대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남지은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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