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우석교수에 쏠린 언론의 관심 서울대학교 황우석교수의 줄기세포 진위 여부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16일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열린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에서 황교수를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MBC, YTN 기자 돈배달 개입·황교수 지시사실 묵인 집중보도
취재원과의 ‘끈끈한 관계’로 논란의 흐름을 바꾼 ‘특종’을 보도한 기자인가? 취재원과 결탁해 ‘거액의 돈배달’을 하면서 취재중 알게 된 핵심적 사실을 누락시킨 채 취재원에게 우호적으로 보도내용을 짜깁기한 ‘검은돈 심부름꾼’인가? 미국 피츠버그에 체류중인 김선종, 박종혁 연구원을 만나러 간 안규리·윤현수 교수 일행과 동행했던 YTN 의 보도를 두고 취재 윤리문제가 본격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월1일 피츠버그를 방문해 두 연구원을 인터뷰한 YTN 김아무개 기자가 김선종 연구원에게 거액의 돈 배달에 개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취재윤리가 문제되고 있다. 황우석 교수팀은 안규리·윤현수 교수를 통해 5만달러를 밀반출한 혐의와 이를 김선종·박종혁 연구원 등에게 전달해 이들을 돈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서울대 조사위는 조사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밝혀내고 김선종 연구원으로부터 황 교수쪽으로부터 받은 3만러를 반납받아 이에 대한 의혹이 검찰을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YTN은 12월4일 방송한 김선종·박종혁 연구원 인터뷰를 통해 황우석 연구 의혹을 취재하던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윤리문제를 제기하고, 이로 인해 문화방송이 이날 밤 대국민사과를 하게 하고 피디수첩을 중단하게 한 원인을 제공한 바 있다. ◇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27일 집중보도로 YTN 취재윤리 비난
YTN 의 취재윤리 위반과 취재사실 짜깁기보도는 문화방송에 의해 폭로되었다. 27일 밤 MBC 뉴스데스크는 황 교수 관련 뉴스를 7꼭지 내보내면서 “와이티엔이 황 교수팀이 김 선종 연구원에게 3만달러를 전달하는데 관여했으며 연구원들의 인터뷰를 왜곡해 진실을 은폐했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안규리·윤현수 교수와 동행해 두 연구원을 만난 와이티엔 기자가 이들에게 줄 돈 전달에 관여했으며, 황 교수팀으로부터 미국 체제비용을 제공받았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지난 12월4일 방영된 YTN의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 내용이 진실을 은폐하는 쪽으로 짜깁기 편집된 채 보도돼, 결과적으로 진실을 덮은 채 황 교수팀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는 쪽으로 보도했다고 방송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황 교수가 김 연구원에게 거액의 돈을 전달하는 장소에 YTN 기자가 동행했다”며 “이 기자는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김 연구원을 만나기 위해 지난 1일 안규리·윤현수 교수와 함께 출국하기 전에 안 교수가 가져온 3만달러를 1만달러씩 각각 나눠 운반했다”고 윤 교수의 말을 따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황 교수측이 예약한 시카고 경유 피츠버그행 대한항공 비즈니스좌석을 이용할 당시 600여만원에 달하는 YTN 기자의 항공료는 황 교수의 신용카드로 결제됐으며, 미국 현지 교통비와 숙박비 등 체재비용도 모두 안 교수가 지불했다”는 윤 교수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 엄기영앵커 YTN겨냥 “지금 불명예를 나중에라도 만회할 수 있기를” 일침 뉴스데스크는 “ YTN은 김 연구원의 논문 조작 증언을 듣고도 이 내용을 보도에서 빼 진실을 은폐했다”며 “와이티엔 녹취록 전문을 보면, 김 연구원은 줄기세포 2,3번에 대해 사진을 많이 찍은 것은 사실이라고 논문 조작을 언급했지만 ‘피디수첩’의 취재윤리 위반 문제를 부각하는데 급급한 YTN 기자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김선종 연구원은 17일 피츠버그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입장을 해명했는데, 이 때 자신이 피디수첩과 YTN을 상대로 말을 바꾸지 않고, 황 교수로부터 2개의 사진을 11개로 늘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보도에서 “YTN에 한 거하고 MBC에 한 거 다르다고 하는데 사실은 거기 YTN인터뷰에 다 포함이 돼 있습니다”라는 김선종 연구원 아버지의 말을 보도하며, YTN이 특정 사실을 의도적으로 보도하지 않았음을 알렸다. 엄기영 앵커는 27일 뉴스데스크를 끝내는 마감멘트에서 “황교수와 함께 일한 연구팀, 또 이번에 적시된 언론(이) 지금의 불명예를 나중에라도 만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YTN을 향해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 김 기자 미국행 의문점 많아 ‘뉴스데스크’ 보도가 아니더라도 YTN 김 기자의 미국행은 많은 의문점을 안고 있다. YTN은 12월4일 인터뷰 보도에서 “연구원들의 중대 발언은 없었다”, “피디수첩이 취재 목적을 속이고 몰래카메라로 녹취했다”, “(한학수 PD가) ‘황 교수와 강성근 교수를 죽이러 여기 왔다’고 말했다”면서 ‘피디수첩’팀의 취재윤리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상황이 진전되면서 진실의 윤곽이 점차 드러났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폭로와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를 통해서 또 지난 15일 밤 방송된 피디수첩을 통해 김선종 연구원이 강압적 상황과 위협 속에서 거짓증언을 한 것이 아니라, 황우석 교수가 의도적인 조작을 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YTN의 역할도 점차 베일이 벗겨졌다. 황 교수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했던 YTN의 기자가 황 교수가 거액의 ‘입막음성 자금’을 전달하는 데 관여했으며, 취재과정 및 미국 체류과정에서 편의를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첨예하게 사실관계와 이해를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한쪽 취재원과 밀착해 취재편의를 제공받는다는 것은 취재윤리에 어긋날 뿐더러 공정한 보도를 훼손하는 일이다. 객관적 입장에서 ‘진실 캐기’에 주력해야 할 언론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4일 YTN은 피디수첩의 취재 윤리 문제를 부각하면서도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진위에 대한 인터뷰 내용은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YTN은 “2번, 3번 그림을 많이 만들어서 황 교수께 보내드린 것은 사실이며 그대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김 연구원의 인터뷰 내용을 이날 오후 3시께 보도하면서 녹취록의 “황 교수가 지시했고, 보낸 그림을 황 교수가 그대로 사용을 하셨으면 그거는 과학자의 양심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부분을 제외했다. 이 보도로 ‘논문 조작’이라는 핵심은 가려졌고, 취재 윤리 문제만 집중 부각돼 결과적으로 황 교수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논문 위조 문제가 불거지자 YTN은 입장을 바꿨다. 피츠버그대의 한 한국인 교수의 말을 따서 “김 연구원이 황 교수의 지시나 요청에 따라 줄기세포 사진 2장을 11장으로 늘린 것으로 알고 있으나 YTN 인터뷰에서는 이런 사실을 숨겼다”고 보도하며 김 연구원이 ‘관례상 있는 일’이라고 얼버무리는 바람에 속아 넘어갔다고 주장, 진실 은폐의 의혹을 김선종 연구원에게 떠넘겼다. 이에 따라, 당시에도 YTN은 황 교수팀에 유리한 보도를 하기 위해 취재 편의를 제공받고 취재내용을 입맛대로 편집하는 등 취재윤리를 위반하는 등 부적절한 태도를 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피디수첩과 황 교수팀의 만남에 참석하고, 피디수첩 제작진을 만나 “2차 검증에 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하며 황 교수의 ‘대리인’으로 활동한 윤태일(44)씨가 YTN 기획조정실장을 지냈고, 그가 황 교수의 지지여론을 이끌고 있는 ‘아이러브황우석’ 카페의 운영자(‘빈주’)였다는 점도 의혹을 부채질했다. ◇ YTN, “뉴스데스크 보도 사실 아니다” 해명 한편, YTN은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해 28일 해명자료를 내어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YTN은 김선종 연구원의 증언을 고의로 은폐했다는 주장에 대해 “김선종 연구원을 인터뷰한 원본 테이프의 풀텍스트를 원하는 모든 언론사에 보냈고, 방송사에서 원할 경우 풀 녹취 영상을 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문화방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1만달러를 운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줄기세포허브 자금 3만달러를 가지고 가는데 한 사람이 1만달러씩 나눠 가지고 가면 신고할 필요가 없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며 “돈을 봉투째 받아 가방에 넣은 뒤 시카고 공항에서 곧바로 윤현수, 안규리 교수에게 되돌려줬으며, 당시에는 돈의 성격이나 출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고 그 돈이 김선종 연구원의 부친에게 전달되는 장면도 목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행기표 등 취재비용에 대해서는 “비행기 예약을 황우석 교수팀에게 부탁을 한 상태에서 항공료는 공항에서 현찰로 계산했으며 황 교수팀이 카드로 계산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미국 동행 취재 경위에 대해서는 “11월30일 밤 늦게 황 교수팀의 한 관계자와 통화를 하던 중 연구팀의 누군가가 피츠버그로 간다는 감을 잡고 집요한 확인작업 끝에 같이 가도 좋다는 동의를 얻어내 동행취재를 하게 됐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로 YTN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기자가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그 값을 지불하는 과정도 돈 배달 못지않게 석연치않다. 여러 언론 중 유일하게 YTN만이 동행취재 대상으로 선택된 점, 취재기자가 이코노미석이 아닌 왕복 600만원에 이르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는 점, 비행기 요금을 안규리 교수쪽이 먼저 카드로 내고 나중에 해당기자가 현금으로 안 교수쪽에 전달했다는 점 등이 일반적 취재관행과는 다른 점이다. 김 기자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인터뷰가 끝날 때쯤 안 교수가 김 연구원 아버지에게 ‘이사비용으로 쓰세요’라며 무엇을 건네는 소리를 들었지만, 봉투(돈)를 직접 건네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미국 취재할 때 안 교수나 윤 교수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 YTN은 줄기세포 검증에 참여한 ‘제3의 언론’? 또한 YTN은 줄기세포 검증에 참여한 ‘제3의 언론’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피디수첩 최승호 CP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황우석 교수가 당시 MBC말고도 다른 언론사에서도 검증하고 있다. 똑같은 실험을 다른 데서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교차확인 필요성을 위해서 다른 언론에도 실험을 맡겼다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황 교수가 문화방송 피디수첩 외의 제3의 언론에 줄기세포 검증을 의뢰했고, 제3의 언론이 어디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28일 오전 CBS 노컷뉴스는 “황우석 교수가 YTN에 DNA 검사를 부탁하며 줄기세포를 내줬다”고 보도해, 제3의 언론이 YTN이었다고 보도했다. 노컷뉴스는 28일 황 교수 측근을 인용해 “황 교수가 지난달 12일 MBC PD수첩 측에 줄기세포 5개를 내줬으며 이와 함께 YTN에도 검사를 부탁하며 줄기세포를 내줬다”고 보도했다. 노컷뉴스는 “지난달 말 YTN 조사 결과 환자의 체세포와 다른 것으로 나오자황 교수는 그제야 줄기세포에 문제가 있음을 처음 인지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YTN은 보도자료를 내어, “YTN이 줄기세포를 직접 건네받아 검사를 의뢰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YTN 조사결과 황 교수가 줄기세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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