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경 사무처장 “상담 넘어 종합지원체계 갖춰” 새둥지
송태경 사무처장 “상담 넘어 종합지원체계 갖춰” 새둥지
“당구장을 하는데 운영자금이 부족해 500만원을 월리 15%로 빌렸어요. 그런데 선이자 떼고 415만원 받아 매달 이자만 75만원씩 갚았는데, 두달 연체하니 협박이 심해요. 방법이 없을까요?”
“월 15%는 연 180%로 대부업법 위반입니다. 형사 고소도 가능하니, 이를 활용해 이자와 원금을 조정할 수 있는지 저쪽과 협상해 볼 수 있어요. 형사고소나 민사소송 준비는 저희들이 모두 도와드립니다.”
15분 넘게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송태경(오른쪽)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약칭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차분하면서도 자세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이제 막 사무실 정비가 끝난 민생연대 사무실에는 벌써부터 이런 전화가 하루 10여건씩 걸려온다.
‘민생 지킴이’를 자처하면서 지난 17일 문을 연 민생연대는, 사실 큰 아픔을 겪으면서 세상에 태어났다. 송 처장을 비롯해 상근 실무자들 대부분이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에서 일해 왔었다. 외화위기로 길거리에 실직자가 넘쳐나던 2000년 출범해 각종 법 제·개정 운동도 벌여 나름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민노동 분당사태를 겪으면서 송 처장도 지난달 27일 탈당 기자회견을 열어야 했다. 그날 회견 뒤 송 처장은 말 없이 굵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송 처장을 비롯한 민생연대 식구들은 자비를 모아 구로동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앞으로는 회원들의 회비를 바탕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월 5천원 이상의 회비를 내면 후원 회원이 될 수 있다.
민생연대는 고리사채와 가혹한 빚 독촉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단순한 안내에 그치지 않고 형사, 민사적 대응까지 포함해 모든 사항을 한 자리에서 도와줄 예정이다. 물론 무료다. 100만~200만원이 급해 고리사채를 쓰는 서민들은 법률 지식이 부족해 할 뿐만 아니라 변호사한테 물어볼 수조차 없는 처지를 감안해서다.
민생연대는 법원의 개인회생제이나 개인파산제를 이용해 채무를 조정하는 일도 돕는다.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은 기초생활수급자여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로운 게 현실이다. 또 법무사나 변호사는 1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요구해 서민들에겐 부담이다. 민생연대는 주택·상가 임대차 보호활동, 우리사주조합 활성화를 위한 무료상담도 실시하고 있다.
송 처장은 “간단한 상담만 하는 시민단체는 이미 있지만 종합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춘 단체가 생긴 건 처음인 만큼, ‘시민없는 시민운동’이 아닌 서민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02)867-8020, 8022.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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