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기념사업회 이경란 사무국장
유품 장기보존 수장고 등 필요
2천만원 목표로 시민모금 나서
“역사 기록할 저장고 구실 할 것”
2천만원 목표로 시민모금 나서
“역사 기록할 저장고 구실 할 것”
“역사는 기억투쟁이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들의 것이란 얘기다. 1987년 6월은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큰 분수령이었다. 지금의 헌법과 평화적 정권교체는 그때 전국의 거리를 메운 대중들의 민주주의 함성의 성과다. 하지만 그 6월은 여전히 역사에서 빈 공간이다. 80년 5월 광주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역사의 공식 명칭을 획득한 반면 87년 6월에는 공식 명칭도 공식 기념일도 없다. 그저 ‘6월 민주항쟁’ 혹은 ‘6월항쟁’이라며, 야사의 명칭으로만 떠돈다
그나마 6월항쟁의 기억에 대한 유력한 담보는 이 항쟁의 기폭제가 된 이한열 열사의 주변이다. 유족과 동지들의 노력으로 그의 공식 기념관이 꾸려지고, 이에 바탕해 이한열기념사업회(이사장 김학민)가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마련한 기금으로 매해 장학금을 주는 이한열장학회 사업도 한국 민주화운동 진영에서는 찾기 힘든 사례다.
무엇보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6월항쟁 기억투쟁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사업회는 6월항쟁과 한국 민주화 운동 기억투쟁의 선례를 만드는 첫번째 걸음으로 이한열 열사의 유품 보존작업에 나서고 있다.
“열사의 유품 보존은 그를 추모하기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민주화운동 기억투쟁입니다. 한국 민주화운동은 그 찬란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기억투쟁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국가의 공식 기록 등 역사에 대한 주요 기억에 민주화운동은 여전히 곁방 신세를 못 면하고 있습니다.”
이한열기념사업회 이경란(사진) 사무국장은 지난달 28일부터 유품을 적정 온도에서 장기 보존·관리할 수 있는 수장고와 복제품 제조 등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열사가 최루탄 피격 당시 입고 있었던 학교 이름이 새겨진 파란색 티셔츠와 런닝셔츠의 선명했던 혈흔은 바래져 희미해졌고, 한짝만 남은 운동화는 밑바닥이 삭아서 절반 이상이나 부스러졌다.
이 국장은 “6월항쟁 26돌인 지난 6월 이한열 열사의 유품이 지나가는 역사의 시간 속에서 풍화해 사라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민주당 의원들이 단체로 성금을 보내주는 등 여러 곳에서 안타까운 마음과 성원을 보내줬다”며 이를 계기로 유품 보존을 또 하나의 민주화운동으로 승화시키자는 뜻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이 국장은 “이 크라우드펀딩은 금액의 많고 적음보다는 참여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열사의 모교인 연세대 쪽에서 유품 등 사료들의 전문 보존 처리를 약속하긴 했으나 항온·항습 시설이 완전하지 않아 사업회 차원에서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우선 2천만원을 목표로 한 크라우디펀딩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이 열사의 유품뿐만 아니라 다른 민주화운동 열사들의 사료들도 보존할 계획이다.
그는 “대중들에게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키는 한편 역사의 공식적 기록을 위한 저장고로서 구실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태일기념사업회와 유족들도 전 열사의 유품들이 심각한 손상을 겪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우드펀딩 참여는 유캔펀딩의 누리집(ucanfunding.com)이나 페이스북(facebook.com/ucanfunding), 사업회의 공식계좌(신한은행 100-028-371614)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02)325-7216.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사진 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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