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국제엔지오 활동한 이성훈씨
[21세기 코리안 디아스포라]
① 국외에 뿌리는 엔지오의 씨앗
① 국외에 뿌리는 엔지오의 씨앗
25년 국제엔지오 활동한 이성훈씨
1988년 대학을 졸업한 다른 ‘운동권 친구’들이 노동운동, 학술운동, 정치운동으로 뛰어들던 시절 그는 홍콩으로 갔다. 당시 홍콩에 본부를 둔 아시아가톨릭학생운동(IMCS)의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지난 25년간 ‘인터내셔널 엔지오’ 활동을 계속해 왔다. 제네바 팍스로마나, 방콕포럼아시아 등을 거치며 11년간의 해외 활동을 마치고, 2008년 한국으로 와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교육국장 등을 맡았다.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 겸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정책센터장인 이성훈씨다. 그를 만나 ‘국제적 시민운동가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요즘은 국제 엔지오 단체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한국 젊은이들이 많다.
“1980년대 말 내가 아시아가톨릭운동 사무국장으로 일하던 시절 어쩌다 한국에 들어오면 부모님조차도 “너 도대체 홍콩에서 뭐 하는 거냐?”고 물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못했다. 요즘은 국제 엔지오에서 일하려는 젊은이들이 무척 많아졌다. 나는 ‘반기문 효과’ ‘한비야 효과’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범생이’들은 ‘반기문 키즈’, 현장을 지향하는 좀 끼 있는 청년들은 ‘한비야 키즈’로 분류한다.(웃음). 예전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해외봉사단 활동 따위를 호기심 또는 취직용 스펙쌓기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요즘은 앞으로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로 일하려는 사전 경험쌓기로 여기는 이들이 훨씬 많아졌다.”
-그런 변화는 긍정적이지 않나?
“물론 매우 긍정적이다. 요즘 코이카·월드비전·굿네이버스 같은 큰 규모의 개발 엔지오의 입사원서를 보면, 해외봉사 경험과 국제개발 관련 석사 학위를 갖춘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인재들을 채용할 안정된 일자리가 많지 않다. 유럽과 미국 등에선 국제개발협력 활동도 국내 사회·정치운동의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선 자선·봉사 같은 ‘비운동적’ 분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엔 스스로 ‘벤처 엔지오’를 만드는 경우가 꽤 많다. 혼자 또는 소규모로 시작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시민운동하던 사람이 해외로 나가 단체를 만들기도 한다. ‘비욘드네팔’, ‘품’ 같은 단체가 그런 사례일 거다.”
-‘벤처 엔지오’들은 기반과 역량이 부족할 텐데 성공하는 사례가 많은가?
“한비야씨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의 영향인지, 험하고 어려운 곳에 가는데 ‘지도’도 안 들고 가는 활동가들이 있다.(웃음) 내가 생각하는 ‘지도’란 자신이 가고 싶은 나라에서 빈곤을 효과적으로 퇴치할 전략, 즉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과 국제 시민단체, 현지 주민과 시민단체 및 정부와 협력 방안 등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최근 현장사업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개발정책, 원조 제공국의 정책을 바꾸는 일도 엔지오의 중요 과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오디에이 워치’(ODA WATCH, 공적개발원조 감시) 같은 단체가 대표적이다.
‘벤처’에는 위험이 따르고, 창의성과 헌신이 필요하다. 혼자서 준비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벤처 엔지오들에 필요한 정보와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현장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중간조직이 좀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본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한국인권재단은 인권에 기반을 둔 교육훈련을,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는 엔지오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 기존단체와 신규단체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국제 엔지오 활동을 꿈꾸는 10대, 20대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어디서 일하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 기반을 두고 국제적 활동을 하는 단체도 많다. ‘세계 속의 한국’뿐 아니라, ‘한국 속의 세계’도 들여다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이주와 원조는 동전의 양면이다. 빈곤한 나라라 한국이 원조하고 봉사를 가는 것이고, 그 나라 사람도 가난 탓에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자로 한국에 온다. 경제발전과 민주화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두가지 면에서 외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니 빈곤 퇴치와 민주화를 동시에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글·사진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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