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서 배달받고도
학교 창고에 쌓아둬
올해부터 전면 ‘가격자율제’
“출판사와 가격협상 안끝나”
학교 창고에 쌓아둬
올해부터 전면 ‘가격자율제’
“출판사와 가격협상 안끝나”
새 학기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다수 고등학교 학생들은 새로 배우게 될 교과서를 받지 못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7일 전국의 고등학교 교과서 배포 담당 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다수 고등학교들은 학교 창고에 교과서를 가득 쌓아둔 채 학생들에게 배포하지 않고 있다.
서울 혜화동 한 고교의 교과서 배포 담당 교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예년에는 12월 말이나, 적어도 봄 방학 전까지 학생들에게 교과서가 전달됐다. 교과서 배포 담당을 맡은지 14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봄 방학 개학 뒤인 오는 3월 3일 교과서를 배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결국 학생들은 봄 방학 중 교과서를 미리 보며 새 학기를 준비할 기회를 잃어버린 셈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출판사들과 교육부 간 가격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는 교과서 가격이 확정되지 않아 학생들에게 돈을 받을 수가 없다. 수원의 한 고교 교사는 “일단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나면 학생들이 돈을 잘 내지 않는다. 8월이나 10월까지도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학교 쪽에 지난해 가격 그대로 돈을 받고 교과서를 나눠준 뒤 향후 가격이 확정되면 남은 금액을 수령하라고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학생들 마다 선택한 교과서가 조금씩 달라 받게 되는 금액이 적어도 10가지 이상으로 구분돼 행정업무가 폭주하기 때문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최대한 한 번에 이 작업을 끝내려 할 수밖에 없다.
가격 협상이 여태 마무리 되지 않은 이유는 출판사들이 교과서 가격을 크게 올리려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도입된 교과서 가격 자율제는 고교 교과서의 경우 2011년 과학(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교과서에 적용되기 시작해 올해 모든 교과서에 전면 적용됐다.
교육부는 이에 대응해 지난 8월 교과서 가격이 너무 비싸면 교육부 장관 직권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내용의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국무회의 통과는 오는 11일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협상 시점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교과서기획과 관계자는 “교육부에 가격 조정 권한이 생기면 그걸 토대로 적어도 2월 안에는 가격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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