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장학회’
‘관사모’ 주민 30여명 사범대 아시아지역 유학생 3명 지원
동문도 아닌 지역 주민들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십시일반 장학금을 모아주기로 해 화제다.
서울대 사범대는 14일 관악구 주민 30여명으로 이뤄진 ‘관사장학회’와 양해각서(MOU)을 체결하고 다음달부터 아시아 유학생 3명에게 매달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학회는 파키스탄인 샤룬 자베드(32·교육학과 석사과정)를 비롯해 사범대에서 추천한 석사과정 유학생 3명에게 매달 50만원씩 2년간 지급할 예정이다.
‘관악구와 사범대를 사랑하는 모임’이란 뜻의 관사장학회는 40대부터 90대까지 30년 넘게 살고 있는 토박이 주민들로 이뤄졌다. 회장 이기례(70)씨는 “예전엔 길도 없던 이곳이 서울대 덕분에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 이제는 받은 걸 나눌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출신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한 것은 전태원 사범대 학장의 제안이었다. 150여명에 이르는 사범대의 석·박사과정 유학생 대부분은 정부나 학교 장학금을 받긴 하지만 생활비는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본국보다 물가가 비싸고 기숙사도 부족해 어렵게 생활하는 이들이 많다. 이 회장은 “도움을 받은 유학생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을 좋게 기억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위선양”이라고 말했다.
장학회는 앞으로 의료 봉사나 원룸 나눔 등도 할 계획이다. 전 학장은 “지역 주민이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장학금을 만들었다는 것이 뜻깊다. 지역과 학교가 같이 하는 훌륭한 모델이 될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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