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미얀마 십대 봉사단 김주아·최수정씨
“친구들한테도 꼭 한 번 경험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마음 따뜻하고 당찬 19살 김주아·최수정씨가 입을 모아 한 말이다. 두 친구는 지금 미얀마 양곤에 있는 양곤여성개발센터에서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드림봉사단’의 일원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특성화고인 한샘고 패션디자인학과 출신인 둘은 한복과 서양옷 만들기 전공을 살려 센터에서 옷 만드는 법, 새로운 콘셉트의 옷 디자인과 상품화 전략 등을 가르친다. 지난해 11월 미얀마에 온 탓에 올봄 졸업식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춘천 한샘고 패션디자인학과 동기
지난해 코이카 드림봉사단 지원
양곤여성개발센터서 ‘전공실력’ 발휘 봉사 경험 ‘센터 개선 제안서’도 뽑혀
체류 기간 몇달 늘어나지만 “큰 보람”
“공부·기술 더 쌓아 또 봉사해야죠” 양곤여성개발센터는 18살 이상 고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여성들이 합숙 생활을 하며 봉제·직조·세탁 등의 기술을 익히고 자활을 모색하는 곳이다. 25살 퇴소해야 할 때까지 옷을 빨아 말리고, 실로 옷감을 짜고, 옷을 만드는 일 등으로 돈을 벌기도 한다. 무엇보다 미얀마 전통 의상 ‘론지’(남성용 치마 바지)를 제작·판매하는 게 자활 기반 마련에 중요하다. 두 친구는 이들이 만드는 론지 등 옷의 디자인과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두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고교 졸업도 하기 전, 진로 결정을 미룬 채 먼 나라까지 날아온 것일까? 더구나 김씨는 미얀마가 첫 외국 나들이고, 최씨도 유치원 때 작은아버지가 사는 인도네시아에 한 번 가봤을 뿐이다. “아빠가 은퇴하면 국외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그 영향 때문인지 어릴 때부터 꿈을 꿨는데, 결국 아빠보다 내가 먼저 나오게 됐네요. 아빠는 ‘부럽다’며 많이 좋아하셨고, 지금도 응원해주세요.”(최수정) “취업과 대학 진학을 놓고 진로를 고민하다 십대도 국외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해 지원했어요.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김주아) ‘맨땅에 헤딩’하듯 미얀마에 온 건 아니다. 코이카가 2014년부터 운영해온 ‘드림봉사단’ 프로그램 덕분이다. ‘드림봉사단’은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졸업반 또는 졸업한 지 2년이 안 된 이들만 지원할 수 있게 특화한 12개월짜리 국외 봉사 프로그램이다. 단순 노력 봉사보다 ‘기술 기반 봉사’를 지향한다. 두 친구는 드림봉사단 3기인데, 패션디자인 전공을 바탕으로 ‘섬유·의류 분야 기술자’를 원한 미얀마에 오게 됐다. 드림봉사단 3기 63명은 라오스·몽골·미얀마·방글라데시·베트남·스리랑카·캄보디아·타이 등 아시아 8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얀마 생활은 어떨까? 둘은 재미있고 보람차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엔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었는데, 지금은 몸짓을 섞어가며 하면 대충 통해요. 다들 참 착해요.”(최수정) “다 사람 사는 데라 금방 적응이 되더라고요. 사람들이 장난기가 많아서 재밌어요.”(김주아) “한국에서는 배우기만 했는데, 여기선 내가 배운 걸 사람들한테 알려주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이곳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걸 느껴요.”(김주아·최수정) 두 친구는 최근 코이카에 사업 제안서를 내서 1만달러짜리 ‘사업’도 따냈다. 센터 작업장 천장의 누수를 막을 차양천막 치기, 직조기에서 흩날리는 먼지를 빨아들일 환풍기 설치, 옷 만들 때 마무리 작업의 질을 높일 봉제기계 도입 등이다. 그동안 봉사활동을 하며 꼼꼼하게 챙겨본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일종의 작업환경 개선 제안서가 채택된 셈이다. 둘은 “우리가 낸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려면 적어도 몇달 정도는 봉사활동 기간을 연장해야 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원래는 1년 기한인 10월 말 귀국할 예정이었다. 봉사활동은 월~금요일에만 한다. 토·일요일엔 휴식이다. 끼니는 자체 해결하는데, 드림봉사단 3기로 미얀마에 함께 온, 요리·제과·제빵 전공 단원 2명이 식사 준비를 전담한단다. “그 친구들, 요리 엄청 잘해요. 짜장면도 만들어줬어요. 대신 설거지는 우리 둘이 책임지지요.” 부모·친구들과 날마다 연락을 하는데, 정말 보고 싶을 때는 국제전화도 한다. “엄마 아빠 목소리를 들으면 신기하게도 아프거나 힘든 게 싹 사라져요.”(최수정) 두 친구는 토요일이던 지난 4일엔 양곤에서 치러진 한국과 미얀마의 여자축구대표팀 친선경기를 보러 경기장까지 찾아갔다. 둘 다 한국에 있을 땐 여자축구 경기를 보러 경기장에 간 적이 없단다. “우리가 있는 미얀마까지 여자축구대표팀이 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먼 곳까지 와서 경기하는데 우리 응원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축구장에 애국가가 흘러나오는데 이상하게 코끝이 찡하더군요.”(김주아·최수정) 당찬 19살인 둘은 아직 진로를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 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뭘 하고 싶을까? 김씨는 “영어와 미얀마어를 좀더 깊이 배우고 싶다”고 했다. “미얀마 사람과 미얀마어로 얘기하는 게 정말 매력적이고 가슴 떨리는 일”이란다. 최씨는 “친척이 사는 영국에 가서 여행도 하고 세상을 좀더 보고 싶다”고 했다. “대학과 진로가 중요하지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더 생각하고 고민하고 싶어서”란다. 둘은 “현지인들한테 정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술을 배우고 경력을 쌓아서”(김주아), “대학을 졸업하고 내 분야에 대한 지식이 더 깊어졌을 때”(최수정) 국외 봉사활동에 다시 나설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양곤(미얀마)/글·사진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지난해 코이카 드림봉사단 지원
양곤여성개발센터서 ‘전공실력’ 발휘 봉사 경험 ‘센터 개선 제안서’도 뽑혀
체류 기간 몇달 늘어나지만 “큰 보람”
“공부·기술 더 쌓아 또 봉사해야죠” 양곤여성개발센터는 18살 이상 고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여성들이 합숙 생활을 하며 봉제·직조·세탁 등의 기술을 익히고 자활을 모색하는 곳이다. 25살 퇴소해야 할 때까지 옷을 빨아 말리고, 실로 옷감을 짜고, 옷을 만드는 일 등으로 돈을 벌기도 한다. 무엇보다 미얀마 전통 의상 ‘론지’(남성용 치마 바지)를 제작·판매하는 게 자활 기반 마련에 중요하다. 두 친구는 이들이 만드는 론지 등 옷의 디자인과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두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고교 졸업도 하기 전, 진로 결정을 미룬 채 먼 나라까지 날아온 것일까? 더구나 김씨는 미얀마가 첫 외국 나들이고, 최씨도 유치원 때 작은아버지가 사는 인도네시아에 한 번 가봤을 뿐이다. “아빠가 은퇴하면 국외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그 영향 때문인지 어릴 때부터 꿈을 꿨는데, 결국 아빠보다 내가 먼저 나오게 됐네요. 아빠는 ‘부럽다’며 많이 좋아하셨고, 지금도 응원해주세요.”(최수정) “취업과 대학 진학을 놓고 진로를 고민하다 십대도 국외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해 지원했어요.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김주아) ‘맨땅에 헤딩’하듯 미얀마에 온 건 아니다. 코이카가 2014년부터 운영해온 ‘드림봉사단’ 프로그램 덕분이다. ‘드림봉사단’은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졸업반 또는 졸업한 지 2년이 안 된 이들만 지원할 수 있게 특화한 12개월짜리 국외 봉사 프로그램이다. 단순 노력 봉사보다 ‘기술 기반 봉사’를 지향한다. 두 친구는 드림봉사단 3기인데, 패션디자인 전공을 바탕으로 ‘섬유·의류 분야 기술자’를 원한 미얀마에 오게 됐다. 드림봉사단 3기 63명은 라오스·몽골·미얀마·방글라데시·베트남·스리랑카·캄보디아·타이 등 아시아 8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얀마 생활은 어떨까? 둘은 재미있고 보람차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엔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었는데, 지금은 몸짓을 섞어가며 하면 대충 통해요. 다들 참 착해요.”(최수정) “다 사람 사는 데라 금방 적응이 되더라고요. 사람들이 장난기가 많아서 재밌어요.”(김주아) “한국에서는 배우기만 했는데, 여기선 내가 배운 걸 사람들한테 알려주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이곳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걸 느껴요.”(김주아·최수정) 두 친구는 최근 코이카에 사업 제안서를 내서 1만달러짜리 ‘사업’도 따냈다. 센터 작업장 천장의 누수를 막을 차양천막 치기, 직조기에서 흩날리는 먼지를 빨아들일 환풍기 설치, 옷 만들 때 마무리 작업의 질을 높일 봉제기계 도입 등이다. 그동안 봉사활동을 하며 꼼꼼하게 챙겨본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일종의 작업환경 개선 제안서가 채택된 셈이다. 둘은 “우리가 낸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려면 적어도 몇달 정도는 봉사활동 기간을 연장해야 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원래는 1년 기한인 10월 말 귀국할 예정이었다. 봉사활동은 월~금요일에만 한다. 토·일요일엔 휴식이다. 끼니는 자체 해결하는데, 드림봉사단 3기로 미얀마에 함께 온, 요리·제과·제빵 전공 단원 2명이 식사 준비를 전담한단다. “그 친구들, 요리 엄청 잘해요. 짜장면도 만들어줬어요. 대신 설거지는 우리 둘이 책임지지요.” 부모·친구들과 날마다 연락을 하는데, 정말 보고 싶을 때는 국제전화도 한다. “엄마 아빠 목소리를 들으면 신기하게도 아프거나 힘든 게 싹 사라져요.”(최수정) 두 친구는 토요일이던 지난 4일엔 양곤에서 치러진 한국과 미얀마의 여자축구대표팀 친선경기를 보러 경기장까지 찾아갔다. 둘 다 한국에 있을 땐 여자축구 경기를 보러 경기장에 간 적이 없단다. “우리가 있는 미얀마까지 여자축구대표팀이 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먼 곳까지 와서 경기하는데 우리 응원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축구장에 애국가가 흘러나오는데 이상하게 코끝이 찡하더군요.”(김주아·최수정) 당찬 19살인 둘은 아직 진로를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 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뭘 하고 싶을까? 김씨는 “영어와 미얀마어를 좀더 깊이 배우고 싶다”고 했다. “미얀마 사람과 미얀마어로 얘기하는 게 정말 매력적이고 가슴 떨리는 일”이란다. 최씨는 “친척이 사는 영국에 가서 여행도 하고 세상을 좀더 보고 싶다”고 했다. “대학과 진로가 중요하지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더 생각하고 고민하고 싶어서”란다. 둘은 “현지인들한테 정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술을 배우고 경력을 쌓아서”(김주아), “대학을 졸업하고 내 분야에 대한 지식이 더 깊어졌을 때”(최수정) 국외 봉사활동에 다시 나설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양곤(미얀마)/글·사진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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