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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남북관계 뚫어주는게 분단시대 어른의 의무죠”

등록 2016-06-16 20:10수정 2016-06-16 20:16

‘남북 어린이에게 다른 세상을’
96년 언론인에서 통일운동가로
20년간 12번 방북 ‘인도적 지원’

오는 20일 창립 기념식에서 은퇴
이기범 새 이사장과 사무처 ‘든든’
“북한 격변기 ‘소외 어린이’ 돌봐야”
어린이어깨동무 은퇴하는 권근술 이사장

지난 20년 동안 ‘북한 어린이 지원활동과 남북 어린이 평화교육’을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해온 권근술(74·왼쪽) 어린이어깨동무 이사장이 오는 20일 창립 20돌을 맞아 이사장직에서 물러난다. 어린이어깨동무는 20일 오후 6시30분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 2층에서 단체의 창립 20돌 기념식과 함께 이사장 이·취임식을 할 계획이다.

권 이사장은 1975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뒤 88년 <한겨레신문> 창간을 이끈 대표적 진보 언론인이다. 그는 96년 생긴 대북지원 민간단체인 어린이어깨동무를 통해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그동안 가장 일선에서 교류를 실천해온 그가 내다보는 남북관계의 앞날은 무엇일까?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실에서 권 이사장과 그의 뒤를 이을 이기범(오른쪽·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새 이사장을 함께 만났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남북의 아이들을 이렇게 총칼 아래 계속 살게 할 수는 없습니다. 10~20년 뒤에는 우리 아이들이 다른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권 이사장이 96년 어린이어깨동무를 만들 때 했던 얘기다. 북쪽에서는 굶주린 ‘우리 아이들’ 소식이 넘치듯 흘러들어오는데, 여전히 반공주의가 팽배했던 남쪽에서는 정부가 북녘동포돕기운동을 가로막고 나서던 시기였다.

한겨레신문 편집위원장을 거쳐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던 ‘언론인 권근술’에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새로운 실천을 요구하는 지침이었다. 정부는 민간의 대북지원 활동을 꽉 틀어막기를 원했지만, 그는 누군가는 북녘어린이돕기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신문사 안에 별도의 작은 사무실을 마련해 대표이사 일과를 마친 저녁마다 ‘북녘 어린이 돕기’를 위한 회의를 주재했다. 가장 오래된 대북지원단체 중 하나인 어린이어깨동무는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그와 어린이어깨동무는 지난 20년 동안 남북 어린이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해왔다. 북쪽에 평양 어깨동무어린이병원(2004년), 평양의학대학병원 어깨동무소아병동(2008년) 등 4개의 어린이병원을 지었다. 특히 어깨동무어린이병원은 설사 및 영양장애 치료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평양 인근에서 환자를 이송해올 정도라고 한다. 또 학용품 공장과 함께 다섯 군데의 두유 공장도 건립했다.

2004년 어깨동무어린이병원 준공식에는 남쪽 어린이 11명도 동행하는 등 남북 어린이들의 만남도 꾸준히 진행했다. 평화교육에도 힘을 써 5만이 넘는 어린이들이 수료했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일대 학교를 직접 찾아가는 순회평화교육 덕분이다.

새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권 이사장은 앞장서서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했다. 하지만 그는 3천여명의 정기 후원자를 비롯해 북녘어린이돕기에 마음으로부터 응원해준 시민들에게 가장 먼저 공을 돌린다.

“도움을 무지하게 받았습니다. 병원만 해도, 의사나 건축가 같은 전문가들이 흔쾌히 마음을 다해 도와주셨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권 이사장은 그동안 12번 북녁을 다녀왔다. 처음 방북했던 98년과 마지막 2013년 사이 평양은 “회색도시에서 컬러도시로” 크게 바뀌었다. 그는 “지금처럼 북한이 변화하고 있는 때야말로 어린이돕기 활동이 더욱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한다. “격변기일수록 소외된 아이들이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남북관계는 인도적 지원단체들조차 북쪽과 팩스 한 장 주고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애초 그가 꿈꿨던 ‘20년 뒤 다른 세상’은 외려 멀어진 듯도 하다. “그래도 서로 인도주의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합니다. 30~50년이 걸리는 일일지라도, 먼 날을 내다보며 인도적 실천을 계속 해나가야 합니다.” 그는 “분단시대 어른들의 의무”라고 말한다. “지금 막혀 있으니까, (막힌 것을 뚫기 위해) 더 지칠 줄 모르게 항의를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이 물러난 뒤에도 ‘어린이어깨동무가 변함없이 인도주의적 활동의 맨 앞자리에 서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자신감은 후임을 맡은 이기범 교수와 사무처에 대한 깊은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교수 역시 단체 창립 때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사무총장과 상임이사를 지냈다.

권 이사장은 “이 교수는 지금껏 중요한 판단과 결정 때마다 살림과 판단을 실질적으로 맡아왔다”며 “마음 든든하다”고 평가했다. 이 신임 이사장도 “남북간 교류와 협력도 지속해나가겠지만, 우리 사회 안에서 평화에 대한 인식을 증진할 수 있는 교육을 더욱 활발하게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약 없는 인도주의적 실천의 길에 나란히 선 두 사람은 남북 어린이를 위해 어깨동무를 풀지 않을 영원한 동지처럼 보였다.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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