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마을 단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지요.”
지난해 11월, <한겨레>가 서울에서 만난 청년 커뮤니티 디자이너들의 목소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라는 위기를 맞닥뜨린 한국에도 시사점이 있다. 커뮤니티 디자이너란, 국내에서는 ‘마을 만들기에 나서는 주도자’라고 표현할 만한 직업이다. 약 1년 전의
인터뷰이지만, 12일 밤 경주 대지진으로 우리가 겪은 혼란을 갈무리한다는 차원에서 앞서 비슷한 경험을 한 일본의 이야기를 다시 풀어봤다. 현재 20~30대를 구성하는 일본의 청년층은 유년기인 1995년에는 한신 대지진을,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을 겪었다.
<한겨레>는 당시 니시카와 료(왼쪽부터·30), 나카무라 유스케(30), 고스게 류타(41) 3명의 청년 커뮤니티 디자이너를 만났다. 왜 청년들이 커뮤니티 디자이너가 되었는지 물어봤다.
“우리는 큰 지진 둘을 겪었어요. 첫 번째 한신 대지진 때는 큰 미디어에서 뉴스를 봤어요. 좀 큰 범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제가 뭘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죠. 그런데 최근 지진에서는 큰 미디어의 뉴스가 아니라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소식들이 전해졌어요. 각자가 무슨 위험에 처해있고 하는 얘기죠. 그런 얘기를 듣다 보니 나와 내 친구 몇 명도 작은 마을 단위에서는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언제 올 지 모를, 정부의 지원을 기다릴 수 없으니 우리가 직접 해보자는 생각도 했고요.”
이번 경주의 강진을 겪은 우리나라도 비슷했다. 지진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안부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다 보니 이용자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카카오톡은 전국 곳곳에서 2시간여 동안 장애를 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한국방송>(KBS) 1TV는 1차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를 방송하고, 8시25분부터는 일일연속극 <별난 가족>을 내보냈다. 방송 중간에 뉴스특보를 끼워 넣긴 했지만, 지진 대피요령 등의 충분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부의 대응도 빠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진 상황과 대피요령 등을 담은 재난문자메시지도 무용지물이었다. 또 다시 국민안전처 ‘무용론'이 떠올랐다.
나카무라는 “동일본 대지진 때 사람들은 대피해 한 군데에 모여 살다 보니, 개별적인 노인 문제나 히키코모리 문제 등 여러가지가 응축되어 나타났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의 문제를 보고 그냥 둘 수는 없지 않나. 뭔가를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위기에 시민 각자가 서로를 돕는 마을 만들기는 커다란 구실을 해왔다. 그렇다면 왜 청년인가. 고스게는 “젊은이들은 참신한 아이디어, 생각지 못한 대처능력이 뛰어나다. 젊은이들의 에너지와 열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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