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엔지오

“공익 활동가도 직업인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게 목표죠”

등록 2018-06-20 21:06수정 2018-06-20 22:54

[짬]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염형철 운영위원장

염형철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20일 서울시 종로구 오피시아빌딩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염형철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20일 서울시 종로구 오피시아빌딩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결혼한 지 8년 된 38살의 한 시민운동가가 월급 133만원을 받고 부채는 3745만원이라고 하더군요. 사회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이들이 낮은 임금으로 고통받거나 과로로 인해 건강을 잃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어야 시민운동도 계속 발전할 수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만난 염형철(50)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운영위원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5년간 동행에서 일해왔다. 저임금과 비복지에 시달리는 시민단체 공익활동가들이 소진되지 않고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5년전 녹색교통 활동가 ‘돌연사’ 충격
“과로사에도 사회적 보상 전혀 없어”
후원금·조합원비 2억 모아 ‘동행’ 꾸려

‘청년 공익활동가 안전망 기금 조성’
최근 공공상생연대기금 ‘공모’ 뽑혀
출자받아 ‘학자금 대출상환’ 지원 시작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은 19일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제1회 공공연대기금 사업화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에서 ‘청년 공익활동가 지원을 위한 안전망 기금 조성 지원사업’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오른쪽부터 염형철 운영위원장, 여진·이혜복 활동가. 사진 동행 제공.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은 19일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제1회 공공연대기금 사업화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에서 ‘청년 공익활동가 지원을 위한 안전망 기금 조성 지원사업’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오른쪽부터 염형철 운영위원장, 여진·이혜복 활동가. 사진 동행 제공.
동행은 최근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제1회 사업화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청년 공익활동가 지원을 위한 안전망 기금조성 지원사업’으로 대상을 받았다. 19일 시상식에서는 상금 1000만원과 표창장도 받았다. 더 큰 부상은 공공상생연대기금에서 5억여원을 출자받은 것이다. 동행은 이 기금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청년 활동가들의 학자금 대출을 지원하는 ‘공익활동가 안정기금 사업’을 시작한다.

상당수의 청년 공익활동가들이 대학 시절 받은 학자금 대출금을 갚는 과정에서 높은 이자율 때문에 고통받고 있고, 끝내 시민운동을 그만두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염 위원장은 “시민운동에 헌신하는 청년 활동가들 중 절반 이상이 대학 학자금 대출을 안고 있다. 청년들에게 힘든 시대적 상황에도 시민운동을 하겠다고 나선 고마운 후배들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은 지난 2013년 설립됐다. 출자금 3만원, 조합비와 상호부조회비 1만원을 낸 조합원에게 1인당 천만원까지 대출을 해주고, 갑자기 질병과 사고를 당했을 때는 상호부조금을 지급한다. 지난 5년 동안 공익 활동가에게 작은 보호막이 되어 왔다. 이밖에 건강검진 비용 지원, 휴식 재충전 비용 지원, 자녀 학자금 일부 지원 등도 하고 있다.

염 위원장이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동행을 꾸리는 일에 함께 한 계기는 2010년 동료 활동가가 갑자기 쓰러진 ‘사건’이었다. “세살 위 가까운 동료였던 고 정영철 녹색교통 국장이 야근을 하다가 식당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아들 둘과 아내를 남겨 둔 채였다.” 그는 “활동가들이 십시일반 모금을 했지만 기껏 700만원 정도였다. 그렇게 열심히 공익 활동하던 분이 ‘과로사’, ‘순직’을 했는데 아무런 사회적 안전망이 없다는 게 큰 충격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때 염 위원장과 동료들의 발의로 꾸려진 동행은 선배 활동가들의 후원금과 조합원비 등이 모여 조성된 기금 약 2억원으로 지난 5년간 상조 37건, 대출 30건, 재충전 지원 23건, 의료비 지원 110건, 자녀 학자금 지원 25건, 교육 6건 등을 실행했다. 최근엔 ‘미투 운동’에 참여하는 여성활동가 100명에게 영화표를 지원하기도 했다. 염 위원장은 “작은 금액인데도 영화표를 받은 활동가들이 ‘우리가 하는 일에 힘을 준다’며 정말 기뻐했다”고 말했다. 또 동행은 4대보험 없이 일하는 샨티학교(비인가 대안학교) 교사 9명의 재충전을 위해 200만원의 여행 경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두 달 전 지방출장 중 기차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구자훈 와이엠시에이(YMCA) 청소년 담당 활동가의 가족에게 3천만원을 전달했다.

그는 앞으로 공익 활동가가 하나의 당당한 직업으로 인정받아 많은 인재들이 자긍심을 갖고 시민운동에 뛰어들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공익활동가들은 은행에 가도 대출을 잘 해주지 않는다. 소득이 적은데다 직업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문화 때문이다.”

염 위원장은 충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졸업 뒤 24살 때 청주에서 청년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청주환경운동연합을 만든 뒤 24년 동안 환경운동을 해왔다. 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4년·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 4년·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6년을 맡았다. 지난 2월 사무총장을 마친 뒤 환경운동연합을 떠나 물개혁포럼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