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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끝내 못 다한 유업 ‘조부 동농 선생의 환국’ 우리가 이루겠습니다”

등록 2022-08-29 18:57수정 2022-08-30 02:35

[가신이의 발자취] 고 김자동 임정기념사업회 회장 영전에
서거 100주기 동농 김가진 상하이에
납북된 부친 김의한은 평양 묘역에
모친 정정화 대전현충원에 뿔뿔이
고 김 회장 국가유공자 묘역 신청중

2016년 4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7돌 기념 사진전 '제국에서 민국으로' 개막식 때 함께한 고 김자동(왼쪽) 회장과 이종찬(오른쪽) 이사장. 임정기념사업회 제공
2016년 4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7돌 기념 사진전 '제국에서 민국으로' 개막식 때 함께한 고 김자동(왼쪽) 회장과 이종찬(오른쪽) 이사장. 임정기념사업회 제공

2022년 8월 21일 이른 아침, 긴 정적을 깨고 김자동 회장님의 부음을 들었습니다. 지난해부터 건강이 급속히 나빠져 다시 옛날같이 회복되리라 생각은 안했지만 그래도 부음을 듣고, 저는 우리 시대 또 하나의 별이 사라졌다는 허무함을 느꼈습니다.

인자하신 김자동 회장님 !

1929년 상하이 애국지사들이 모여 살았던 애인리(愛仁里) 시절부터 저의 어머님은 회장님을 각별히 생각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저에게 회장님을 형님처럼 모시라고 기회있을 때마다 당부하셨습니다. 오늘은 형님에게 마지막 추모의 말씀을 올립니다.

형님은 상하이 시절을 시작으로 3만리 장정을 통하여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길과 삶을 같이 해오셨습니다. 민족해방이 되고, 순진한 우리 모두는 임시정부가 정식 정부가 될 줄 알았습니다. 고국에선 모두 금의환향으로 반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난민선을 얻어타고 귀국하였을 뿐입니다. 중국에서 쫓기며 살았던 생활과 하등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동족상잔 전쟁으로 형님은 선친 김의한 선생과 생이별을 하였습니다.

고난의 생활 속에 형님은 학창 시절을 무사히 보내고 스스로 기반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언론계에 투신, 정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대쪽 생활을 하셨습니다. 2004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를 창립하여 ‘제국에서 민국으로’ 전변되는 민족 역사의 현장에서 얻은 지혜를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확고히 정립하는 데 일생을 바치셨습니다.

문재인(앞줄 왼쪽 둘째)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고 김자동(앞줄 오른쪽 둘째) 회장을 애도하며, 2017년 12월 중국 국빈 방문 때 충칭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에서 독립유공자들과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문재인(앞줄 왼쪽 둘째)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고 김자동(앞줄 오른쪽 둘째) 회장을 애도하며, 2017년 12월 중국 국빈 방문 때 충칭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에서 독립유공자들과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회장님! 친애하는 형님!

이렇게 고난의 삶을 사시면서도 형님은 외로운 길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많은 독립운동 후손들! 임시정부에 몸담았던 분들의 자녀들 모두를 당신의 형제자매처럼 아끼고 사랑하셨습니다. 그리고 일관되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을 지어야 독립정신을 확고히 계승할 수 있다고 부르짖으셨습니다.

역사를 귀중하게 생각하신 그 정신! 독립운동 후손들, 뜻을 같이하신 분들을 사랑하시는 그 마음! 꾸준하게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건국이념을 지키신 그 신념! 이것이 모여 드디어 지난 2020년 4월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설립의 첫삽을 떴습니다. 그날의 감동을 우리는 잊을 수 없습니다. 이 기쁨과 감동을 담아서 모든 분들의 뜻을 모아 회장님께 2020년 우당상을 드렸습니다. 2년 만인 올 4월엔 임정기념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회장님, 형님께서 열망하신 사업은 일단 모두 성공하였습니다. 유가족과 자녀들도 형님께서 바라시는 그대로 정당한 길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형님께서 이 세상의 어려웠던 삶을 마감하고 떠나시는 길에 남은 숙제가 하나 있습니다. 조부 동농 김가진(1846~1922) 선생을 그 분의 역사 그대로, 나라에서 받아달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여러해 동안 공적 심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 문을 저희가 다시 두드려 형님이 남긴 숙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여, 어엿한 선진국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자주독립과 자유, 평등, 평화, 행복을 구현하고자 형님의 가족들이 바친 그 공로는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할아버님은 중국 대륙에, 아버님은 북한의 언 땅에, 어머님은 대전 국립현충원에 뿔뿔히 헤어진 상태로 있습니다.

형님의 가족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비극 그 자체를 몸소 겪어 왔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형님께서 국가유공자묘역에 안장되기를 정부에 건의한 것입니다.

이제 형님께서 망조부, 망부친, 망모친 하시면서 고달프게 살아오신 세월을 역사에 남기시고 부디 편안히 영면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이종찬/ 우당이회영선생 교육문화재단 이사장, 전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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