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3 18:31
수정 : 2019.04.0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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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중국 출장길에 별세한 국제 환경 활동가 루영 대표의 한국 추모식이 19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사무국이 있는 인천 송도 지타워에서 열렸다. 사진 EA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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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이의 발자취]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루영 대표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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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중국 출장길에 별세한 국제 환경 활동가 루영 대표의 한국 추모식이 19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사무국이 있는 인천 송도 지타워에서 열렸다. 사진 EA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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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영 박사님, 늘 편안한 미소로 함께 대화하던 모습 기억합니다. 어느새 떠나신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지난해 3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사무국장으로 오신 이래 송도국제도시 지(G)타워의 사무실에서 창문너머 송도습지를 바라보곤 하셨지요. 지금도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하며 문을 열고 나타나실 듯합니다.
박사님은 아름다운 습지를 사랑하고, 국경 없이 그곳에 깃드는 철새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하는 수많은 언어의 사람들을 사랑하셨죠. 모두 어울려 해하지 않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 수 있길 바라며 편안한 말씀으로 보듬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점차 거대해져 가는 도시가 공기를 오염시키고 물을 더럽히고 그곳에 깃드는 수많은 철새와 저어새들이 점차 고통받고 있네요.” 홍콩 마이 포 습지의 매니저 시절 만났을 때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지난 2월 철원평야를 찾아 수많은 두루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새벽 추위도 감수하며 비상하는 기러기떼에 감탄하시던 모습도 생생합니다. 지역의 가치를 알리고 두루미 보호를 위해 노력하려던 사랑 가득한 마음을 기억합니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사람들이 얼마나 죽었지요? 독감으로는 얼마나 죽지요? 왜 철새만의 문제인가요? 습지 파괴로 수없이 죽어가는 철새들의 기가 막힌 현실은 외면하고 철새에 대한 사람들의 지나치게 부정적인 오해와 편견을 걱정하며 질문하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박사님은 1년남짓 짧은 기간 한국에 너무나 많은 발자취를 남기셨어요. 줄포만, 순천만, 서산, 화성, 울산, 철원 등등 습지와 새가 있고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직접 찾았죠. 한국 내 철새 이동경로 네트워크 사이트를 모두 둘러보고자 했지요. ‘피곤하니 이제 그만 적당히 다니세요’ 했을 때 ‘정말 힘드네요’ 하면서도 주말이면 어느새 철새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 현장에 있었어요. 특히 지난해 북한의 EAAFP 파트너 가입과 람사르협약 가입에 큰 기여를 해주셨지요. 평양에서 열린 세계철새의 날 행사에 다녀와 북한과 지속적인 교감을 갖고 철새·서식지 공동조사 등 협력 방안을 추진하셨지요.
박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 사랑하는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러나 진정 죽는다는 것은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영영 잊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박사님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습지 위로 해가 떠오르고 그 찬란한 금빛 햇살 속으로 철새들이 떼 지어 날아오를 때면 박사님의 밝은 미소와 얼굴을 기억할 겁니다. 어딘가 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사이트가 지정되고 철새와 사람들이 공존하는 일이 생기면 꿈에 나타나서 ‘수고하셨어요’라고 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저희는 박사님이 생전에 열망하고 꿈꾸시던 일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박사님, 많이 보고 싶습니다. 하늘에서도 우리와 함께 해주세요. 밝은 미소로 철새와 함께 나타나 주시겠지요? 사랑합니다.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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