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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이사람] 서민은행 꿈꾸는 ‘쓸개 빠진 사람’

등록 2008-04-17 21:12

효림(사진)
효림(사진)
23일부터 한글서예전 여는 ‘운동권’ 효림 스님
조계종단 개혁·반부패국민연합 의장 역임
산사·현장 따로 없어…전시수익금 이웃에

‘삶의 즐거움 모르는 놈이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어차피 한마리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이 다음 숲에서 사는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

실천불교승가회 전국의장 효림(사진) 스님이 한글서예로 쓴 설악산문의 회주, 오현 스님의 시다. 오현 스님의 휘하에 ‘입실’해 만해 한용운 사상을 선양 중인 그가 오현 스님과 한용운, 조지훈, 김소월 등의 시들을 붓으로 썼다. 지난 겨울이다. 너무 ‘똑 부러지지 않은’ 글씨들은 그의 편안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

1968년 출가해 조계종 종단개혁위원장과 민주개혁국민연합상임대표, 반부패 국민연합공동의장 등을지내면서 불교계의 ‘대표적인 운동권’ 스님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그는 스스로 “쓸개 빠진 사람’으로 평한다. 남루한 승복에 조끼 하나 걸치고 꽃나무 앞에서 오랫동안 서 있기도 하고, 달빛을 벗삼아 날을 지새우기도 하고, 시를 짓고, 붓으로 선화를 그리거나 글씨를 쓰며 사는 모습에 대한 자평이다. 그러나 승속의 구분을 두지 않고 늘 허심탄회하게 절 식구와 신도들을 대하는 그의 ‘쓸개 빠진 모습’이야말로 매력포인트라는 게 타인들의 평이다.

그는 겨울 내내 썼던 한글서예에 대해서도 “잘 쓴 글씨는 아니다”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하지만 7살 때 집안 종가집으로 양자를 들어가서부터 사랑채의 양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붓글씨를 써왔던 그였다. 3·1운동 민족대표 중 한분인 용성 스님의 상좌, 소천 스님에게 출가해 사형인 선승 정영 스님 등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회 현장’에 달려가면서도, 산사에 들어와선 언제나 시인 묵객이 된다.

어느 단체들처럼 프로젝트나 비전도 내놓지 않고, 시를 쓰듯 홀로 슬금슬금 뭔가를 해가는 그의 꿈을 담은 ‘임효림 한글서예전’이 오는 23일 오후 5시부터 29일까지 서울 인사동 하나로갤러리에서 열린다. 그에게 산사와 현장의 삶은 둘이 아니다. 이 한글 서예전의 수익금도 어려운 이들에게 되돌릴 꿈을 꾸고 있다. 불과 1천만, 2천만원을 융자조차 받을 수 없어 김밥집도 낼 수 없는 서민들을 위한 ‘작은 은행’을 꾸리겠다고 한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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