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잠긴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13일 서울로 향하던 전세기 안에서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로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폭탄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터져 <에이피>(AP) 통신의 이탈리아 출신 기자와 팔레스타인 사람 5명이 숨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이날 숨진 <에이피>통신 기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뒤 사망이 확인된 첫 외신 기자다. AP 연합뉴스
주교 임명권 두고 오랜 갈등
바티칸도 관계 개선 희망
바티칸도 관계 개선 희망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길에 사상 처음으로 중국 영공을 통과하며 중국에 안부와 축복의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의 아시아 방문은 199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인도 방문 이래 15년 만으로, 주요 외신들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의 가톨릭교회 성장에 대한 바티칸의 지대한 관심을 전했다.
교황은 14일 오전 한국행 전세기로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국민들에게 호의를 전하며, 중국에 평화와 행복의 축복을 기원한다”는 전문을 보냈다고 <비비시>(BBC)가 전했다. 교황은 이번에 한국에 오면서 중국·러시아 등 10개국 영공을 통과하며 기존 관례에 따라 해당 국가들에 인사와 축복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중에서도 교황 전세기의 중국 영공 통과와 안부 인사는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시 주석에 대한 교황의 안부 인사는 공식 외교관계가 없는 양쪽 관계에서 보기 드문 진심 어린 상호교류가 이뤄진 것”이라고 짚었다. 무신론에 기반한 공산당이 집권한 중국은 1951년 바티칸의 중국내 주교 임명권을 인정하지 않고 공식 관계를 단절했다. 중국에선 1970년대 말 문화대혁명이 끝날 때까지 교회 박해가 이어졌다. 현재도 중국에선 공산당 산하의 ‘공식’ 천주교회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바티칸에 충성하려는 ‘지하교회’로 분리돼 있다. 중국은 198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한국 방문은 물론 1995년 필리핀 방문 때도 교황의 영공 통과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영공 통과를 허용했을 뿐 아니라 교황 소식을 잘 보도하지 않는 중국 관영언론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 소식을 전하는 등 상당한 태도 변화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교황 방한에 맞춰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하려던 중국 가톨릭 신자 100여명 중 절반 정도는 중국 당국의 불허 조처로 한국에 오지 못하게 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대만과만 공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바티칸은 오래도록 베이징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해왔다. 중국은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데다 종교적 진공 상태로 가톨릭교회가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때 일본에서 선교사 일을 하는 것을 꿈꾸었으며 가톨릭 인구가 3%밖에 되지 않는 아시아에 믿음을 전파하려는 꿈에 대해 곧잘 강조한다”고 전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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