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
9년째 암 투병 이해인 수녀
‘민들레의 영토’ 40년 기념강연
‘민들레의 영토’ 40년 기념강연
“그래도 아직은 행복한 길 위에서 살아숨쉬는 순례자로, 일상의 황홀함을 느낄 수 있는 시인으로 살고 싶어요.”
이해인 수녀가 자신의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출간 40주년을 기념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중림동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그는 2008년부터 암으로 투병 중이다.
이 수녀는 “제가 목소리도 생생하고, 얼굴도 창백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항암, 방사선 치료받는 게 맞느냐?’며 자주 질문한다”며 “힘든 치료를 받고 있고, 통풍에 대상포진까지 앓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아프고 나니 고통이 축복이란 말이 쉽게 나오지 않더라. 하지만 투병기간이 길어질수록 감사는 깊어지고, 사랑은 애틋해지고, 기도는 간절해졌다”고 말했다.
이 수녀는 수도자가 유명세를 타며 겪었던 마음고생을 법정 스님과의 인연과 함께 풀어놨다.
“박완서 작가가 돌아가셨을 때 제 우는 얼굴이 몇몇 신문 1면에 나왔더라고요. 그걸 보고 사람들이 ‘(이해인 수녀) 또 나왔다’고 그랬겠죠. (웃음) 그런데 법정 스님도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스님은 티브이도 나오시면서 저만 속물 취급하지 마시라고 했어요. (웃음)”
혜민 스님도 이날 경연회에 함께 했다.
“요즘 스님이 저한테 보낸 편지가 인터넷에도 떠 있더라고요. 또 그걸 러브레터 주고받은 거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걸 변명해야 되다니 공인으로 사는 게 참 힘들어요. 오해도 많이 받고요. 그래서 그 스트레스로 제가 이렇게 암도 걸리잖아요. (웃음)”
그는 <민들레의 영토>는 수녀원에서 체조를 하다 돌 틈에 핀 민들레를 보고 쓴 시집이라고 했다. 이 수녀는 나이가 들면서 수수한 민들레보다는 장미, 튤립처럼 강렬한 꽃들을 좋아하게 된다며 다음과 같은 말로 강연회를 마무리했다.
“행복이라고 하는 건 내가 먼저 노력을 해야 해요. 저 사람이 나에게 바라는 것을 내가 먼저 앞질러서 하면 훨씬 좋은 일이 아닐까요. 행복은 그런 데서 오는 것 같아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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