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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손자 앗은 사형수 용서한 서윤범씨

등록 2006-03-28 08:38수정 2006-03-28 09:49

불우하게 자란 불쌍한 사람
아침마다 그를 살려달라 기도해
사형수에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도 무한한 용서를 베푼 사례는 또 있다. 그 용서는 쉽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서윤범(73) 할머니는 지난 1991년 서울 여의도 광장 질주 사건으로 6살 된 손자를 잃었다. 범인 김용제(당시 21)씨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품고, 어린이들이 놀고 있는 광장으로 차를 몰아 2명을 치어 숨지게 하고 많은 부상자를 냈다.

손자를 거의 혼자 키우다시피 한 서 할머니는 처음엔 도저히 김씨를 용서할 수 없었다. 심지어 손자를 그 곳에 데리고 간 며느리까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며느리 또한 자식을 잃은 어머니였다. 며느리에 대한 원망을 걷어내자, 이번엔 가해자인 김씨가 어떤 인간인지 알고 싶어졌다.

할머니는 김씨가 사형 선고를 받은 날 검사실에서 김씨를 만났다. 김씨는 할머니 앞에서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고 한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고 시각장애로 취직도 제대로 못했던 김씨의 배경을 알게 되면서 서 할머니는 김씨의 선처를 탄원했다.

그러나 이후 남편이 세상을 뜨고 며느리도 암으로 고생하다 끝내 숨지는 불행이 겹치자, 서 할머니의 마음은 다시 돌아섰다. 하루에도 몇차례씩 용서와 분노 사이를 오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김씨와 편지를 주고받게 됐다. 서 할머니는 김씨 역시 불쌍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결국 할머니는 김씨를 양자로 받아들이고, 아침마다 그를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김씨는 구치소에서 세례를 받은 뒤, 1997년 12월 사형이 집행됐다.

서 할머니는 “이미 10년이 지난 일이라 억지로 잊으려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하다”며 “가끔 용제 생각이 날 때면 너무 착했는데 그리 되어 아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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