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대출운동 공로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맨 왼쪽)가 그라민은행의 대출자들에게 얘기를 하고 있다. AFP 연합
서울복지재단 저소득층 100가구에 ‘종잣돈’…창업 지원도
월 20만원씩 저축하면 달마다 30만원을 보태줘 3년 뒤 2천만원을 찾는 적금 상품이 생긴다. 시중의 높은 금리를 적용해도 20만원씩 3년이면 780만원인데, 엄청난 수익 상품인 셈이다. 게다가 착실히 돈을 부으면 창업 등에 필요한 신용 대출도 따라온다.
서울복지재단은 저소득층 100가구를 선정해 3년 기한으로 종잣돈을 만드는 ‘서울형 자산형성 지원사업’을 올해 상반기에 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의 돈을 불려주는 데 필요한 민간기금은 연간 3억원인데, 몇몇 기업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지원해준다. 재단은 서울시 출연기관이다.
지원 대상자는 근로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이다.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월 120만5천원)보다는 소득이 높지만 최저치의 1.5배를 넘지 못하는 차상위∼차차상위 계층이 주요 대상이다. 자치구 자활사업 참여자, 노숙인 출신 취업자 등과 일반 지원자 가운데 심사를 거쳐 대상을 선정한다.
저축한 돈은 창업, 교육, 주거지 마련에 사용해야 한다. 이성규 재단 대표는 “분식집이든 뭐든 창업을 한다면 컨설팅이나 융자 지원도 해줄 요량”이라며 “미국, 대만 등에서 비슷한 제도를 시행했을 때 저축을 3년 동안 한 사람이면 60∼70%가 자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핵심은 ‘하루살이’에 익숙한 빈곤층에게 미래를 설계할 동기를 주는 것이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은 빈민층에게 소액 융자를 해줘 경제적 자립의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자산형성 사업 역시 저소득층에게 적금 통장과 신용 대출의 기회를 제공해 창업 등 생계 기반을 마련하도록 이끈다. ‘서울형 그라민은행’을 지향하는 셈이다.
재단은 올 상반기부터 2009년까지 1차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경과가 좋으면 시 예산이나 민간기금을 추가로 끌어들여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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