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의(33·사진)
삼성전기 여직원 ‘기막힌’ 사연
“해외출장때 엉덩이 치며 동행임원 ‘잘 모시라’”
업무 못받고, 부적응 ‘딱지’…회사쪽 “사실무근”
“해외출장때 엉덩이 치며 동행임원 ‘잘 모시라’”
업무 못받고, 부적응 ‘딱지’…회사쪽 “사실무근”
“그냥 무난하게 회사 생활을 하고 싶은 생각이 왜 없었겠어요?”
지난 2005년 6월, 삼성전기 전자영업팀에 근무하던 이은의(33)씨는 오랜 망설임 끝에 직장내 성희롱 피해를 회사 인사팀에 알렸다. 이씨는 “부서장이 동유럽 출장 때 엉덩이를 치며 동행한 임원을 ‘잘 모시라’고 하는 등 2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했다”며 “‘문제 사원’이라는 딱지가 부담스러워 한참을 망설이다 내린 결심”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1998년 삼성자동차 매각 때 노조의 파업에 참여한 일 때문에 회사쪽의 시선에 줄곧 부담을 느껴던 터였다고 했다.
회사 쪽 반응은 싸늘했다. 인사 관계자는 “2년 동안 성희롱이 있었다면 왜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느냐, 원하는 보직이나 지역 배치를 위해 상황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며 외려 이씨를 몰아붙였다. 성희롱에 대한 공식 조사도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삼성전기 홍보팀 관계자는 “징계위 등 공식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을 뿐, 가해자로 지목된 부서장이나 부서원 등의 진술을 들었다”며 “조사 뒤 사실무근이라고 판단해 절차를 더 진행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그동안 힘이 됐던 동료들도 하나 둘 고개를 돌렸다. “간부나 임원들이 불편해 하니까 예민하게 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충고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부터 이씨는 1년마다 보직이 바뀌었고 일도 주어지지 않았다. 성희롱 문제가 불거 진 직후 소속 팀이 해체돼 다른 팀원들은 다들 다른 부서로 전보됐지만, 유독 이씨만 6개월 넘게 부서 배치를 받지 못한 채 인사부서로 출근했다. 그해 말 인사고과에서는 부서 내 최저 점수를 받았다. 인사배치 지연에 대해 이씨는 “회사쪽으로부터 ‘부서장의 성희롱을 문제삼고 업무배치를 요구하는 것도 조직 부적응’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6개월여 만인 이듬해 2월 이씨는 서울사무소의 아이아르(IR)부서로 발령이 났다. 하지만 출근 첫날 부서장은 ‘명령 불복종 사원의 직권해고는 정당하다’는 내용이 담긴 법원 판결문을 전자우편으로 보냈고, 부서 회의에서는“주요 업무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통보를 했다. 배제된 것은 업무만이 아니었다. 점심 식사, 회식 때도 ‘왕따’가 됐다.
1년 남짓 만에 이씨는 다시 사회봉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전히 하는 일은 없었다. 다시 한번 정식으로 회사에 성희롱과 업무배제에 대한 조처를 요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근무태만’에 대한 추궁이 돌아왔다. 인사팀은 ‘주말에 부산영화제에 다녀와 피곤해 한 적이 있는지, 청바지를 입고 출근한 적이 있는지’ 등을 꼬치꼬치 물었다. 이씨는 “인사팀에서 ‘성희롱은 없었으며 업무는 정상적으로 부여됐다. 만약 허위사실을 외부에 알리면 민·형사상으로 대처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기 인사그룹 관계자는 “보직이 주어지지 않은 것은 역량의 문제 때문이며, 보통 1년차 직원들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주었는데 이씨가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아예 모든 업무 참가가 배제된 상태에서 역량 운운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씨는 지난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직장내 성희롱 피해를 진정한데 이어 올 5월 수원지방법원에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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