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몰이식’ 관행 제한받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도 회사에서 단속을 피하다가 다쳤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일어난 부상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다친 중국인 장슈와이(22)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항소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장은 2005년 유학생으로 입국해 미등록 상태로 경남 창원 한 전자회사에서 일하던 중 2006년 5월 마산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의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회사 2층에서 떨어져 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승인을 신청했으나, 공단은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업무상 재해와 무관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은 창원지법에 요양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을 내 패소했으나, 지난 6월 부산고법은 “원고의 피신 행위는 사업주의 지배 관리 아래 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그동안 단속 과정에서 다쳤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산재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단속을 피하려다 다친 이주노동자들이 줄을 이었으나,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지난 12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가구공단 단속 때도 카메룬인 노동자의 발목이 부러지는 등 10여명이 다쳤으나 치료비 마련도 막막한 상태다.
이날 판결은 또 당국의 ‘토끼몰이식’ 단속 관행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철승 경남 외국인노동자 상담소장은 “이번 판결은 인간 사냥하듯 무차별로 이뤄지던 단속 관행에 대한 시정 명령과도 같다”며 “단속 관행을 바꾸기 위해 국가배상 청구소송 등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원형 노현웅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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