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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인권위 독립성, 대통령 설득하겠다”

등록 2009-03-28 09:09수정 2009-03-28 09:11

태생적으로 국가와 갈등관계
장기적으론 헌법기구 격상돼야
‘조직축소 막으려 분투’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안경환(61·사진) 국가인권위원장은 지친 표정이었다. 인권위 조직 축소를 둘러싸고 행정안전부와 줄다리기를 벌인 게 석 달이 넘었다. 안 위원장은 27일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 13층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오는 31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출석해 인권위의 독립성과 존재 의의에 대해 끝까지 설득할 예정“이라며 “설득이 안 되면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 등을 통해 인권위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역사적 기록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 조직 축소를 둘러싼 움직임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일 이달곤 행안부 장관으로부터 인권위 인력을 44명(21.2%) 줄이라는 ‘직제령 개편안’을 최종 통보받았다. 이 안은 곧바로 법제처(23일), 차관회의(26일)를 일사천리로 통과했고 31일 국무회의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최종 의결되면 인권위는 곧바로 인원을 축소해야 한다.”

-행안부와의 협의 과정은?


“우리가 보기엔 협의라는 게 없었다. 인권위에 방만하거나 비대한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의견 조율을 통해 군살을 뺄 수 있다. 그러나 행안부는 인권위가 왜 조직을 축소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 채 ‘50% 감축’, ‘30% 감축’, 최종적으로 ‘21.2% 감축’으로 협상하듯 말을 바꿨다. 그쪽은 정해진 각본과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조직 축소는 지난해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 대응에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결정을 내린 보복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에 대해 내가 자유로운 의견을 말할 처지가 아니다. 인권위는 국가의 잘못과 인권 침해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조직이다. 태생적으로 국가와 갈등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국가와 갈등이 없는 인권위는 더 이상 인권위가 아니다.”

-조직 축소 이후 인권위의 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게 걱정이다. 인권위 활동에 보복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인권위가 제 기능을 못하면 사회적 약자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대변한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인권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국가 권력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경제 발전과 인권 개선을 동시에 이룬 거의 유일한 국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의 우려 섞인 의견 표명이 잇따르고 있다.”

-앞으로 대안은?

“장기적으로 인권위는 헌법기구가 돼야 한다. 또 독자적인 규칙과 예산을 짤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이런 조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인권위는 계속 정권의 향배에 따라 외풍을 받을 수밖에 없다.”

-31일 국무회의 출석이 예정돼 있는데.

“그동안 인권위는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해 인권위법상 보장된 국무회의 ‘출석 발언권’의 행사를 자제해 왔다. 이 대통령이 행안부와 인권위 사이에서 일어난 논란을 잘 모르고 있다고 믿는다. 최선을 다해 설득할 예정이다.”

-그래도 안 된다면?

“남은 것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 즉 법적 절차뿐이다. 인권은 길게 봐야 한다. 얼마 전에 한 신문에서 ‘정권은 유한하지만 인권은 영원하다’라는 글을 읽었다. 순간순간 제동이 걸릴 수는 있지만, 결국 앞으로 나아가게 돼 있다고 믿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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