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교수
한국 인권상황 안팎서 비판대에
리영희(80) 한양대 명예교수가 “지금은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인권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 파시즘 시대의 초기”라며 현 정부를 강력히 성토했다.
리 교수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인권실천시민연대 10주년 기념식’에서 특강을 통해 “(지난 1년 반은)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 시대’로서, 지배 집단은 비인간적이고 오로지 물질주의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 재임기를 ‘인권 1기’로,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기를 ‘인권 2기’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기를 ‘인권 3기’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를 ‘인권 4기’로 규정한 뒤, 지금의 ‘인권 4기’에 대해 “또 하나의 역사적 역전의 시기를 맞이했다. 파시즘의 시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리 교수는 “현 정권은 물질을 신격화해서 인간이라는 존재 가치가 말살돼 가고 있다”며 “이러한 체제를 받아들인 것도 우리의 책임이고 잘못이므로, 인권과 관련된 성과를 되찾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가 정신을 늦추면 언제든지 역전할 가능성을 내포한 게 인류의 역사”라고 덧붙였다.
리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인권 3기’에 대해 “충분하거나 완전치 않다 하더라도, 그전 수십년에 비해 놀랄 만큼 성숙한 인권의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긴 역사의 인권투쟁 동안 희생과 눈물, 노력으로 ‘제3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일정한 열매를 거뒀다”며 “비로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사람들이 인간이 된 것은 지난 10년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리 교수는 “인권은 불가침의 권리이면서도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적 상황 변화 속에 불굴의 인권 정신으로 싸워줄 것으로 믿는다”며 말을 맺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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