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축소로 여건 어려워 후보 안내기로”
유력한 의장국 지위 놓쳐 위상추락 우려
유력한 의장국 지위 놓쳐 위상추락 우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차기 의장국 수임 도전을 포기했다.
인권위는 30일 보도자료를 내어 “다음달 3일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 포럼(APF) 연례총회에서 결정되는 아이시시 차기 의장 후보자 선출 때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현병철 위원장 등 상임위원 4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상임위원회를 열고, 포럼 총회 때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인권위 쪽은 “의장국으로서 역할을 다하려면 인적·물적 조건이 필요한데 인권위가 인력 축소를 겪는 등 과거에 비해 여건이 어려워졌다”며 “인권위의 역량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를 놓고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국제 인권사회에서 모범적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아이시시 의장기구 수임을 추진해 왔지만, 지금은 국내 인권 현장을 살피고 현안을 해결하는 데 힘을 쏟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력한 차기 의장국 후보로 꼽히던 한국이 후보자를 아예 내지 않기로 함에 따라 국제적인 위상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인력 축소와 안경환 위원장의 중도사퇴 등 우여곡절을 겪은 인권위가 더욱 위축될 것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는 우리가 의장국을 수임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게 사실”이라며 “예전엔 수임이 확실시됐던 국제기구의 의장국 지위를 스스로 포기한 데 따르는 손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수호 교수모임’의 정태욱 인하대 교수(법학)는 “역량이 부족한 현 위원장의 직접 출마와 ‘제2의 후보’ 제시 중 어느 쪽도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었다”며 “아쉽지만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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