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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국정원, 우리집 인터넷 통째로 엿봤다”

등록 2009-08-31 19:10수정 2009-08-31 21:36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국정원 감청 실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에 보도된 국가보안법 혐의자 등의 인터넷과 전자우편이 국정원에 의해 감청되고 있는 것을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국정원 감청 실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에 보도된 국가보안법 혐의자 등의 인터넷과 전자우편이 국정원에 의해 감청되고 있는 것을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보안법 위반혐의 곽동기씨 ‘패킷 감청’ 드러나
같은 회선 쓰는 가족·회사동료 정보도 노출
국정원 “법원이 발부한 영장따라 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수사 과정에서 용의자는 물론 그 가족의 인터넷 사용 내용을 낱낱이 감시하는 ‘패킷 감청’을 한 정황이 드러나,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곽동기(33)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은 31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인터넷 회선 감청 및 국정원 감청 실태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이적표현물 제작 등)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국정원이 지난해 6월12일부터 두 달 동안 집과 사무실의 인터넷 회선을 통째로 ‘패킷 감청’해 온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패킷 감청이란, 인터넷 회선에서 오가는 전자신호(패킷)를 중간에서 빼내 수사 대상자의 컴퓨터와 똑같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는 것이다. 기존의 ‘인터넷 감청’은 이미 주고받은 전자우편을 나중에 열어 보는 것인데, 패킷 감청은 인터넷 검색이나 메신저 대화 내용, 파일 내려받기 등 모든 인터넷 사용 내용을 감시할 수 있다.

또 곽씨는 국정원이 자신의 가족 명의로 된 인터넷 회선까지 패킷 감청을 해 가족들의 사생활까지 들춰봤다고 주장했다. 패킷 감청은 사무실 등에서 같은 회선을 나눠 쓰는 다른 이들의 모든 개인정보까지 열어 볼 수 있다. 정보기관이 모든 감청 내용을 법원에 제출해 사후 검증을 받도록 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의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 내용에 대한 검증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감청 당사자도 어디까지 감청이 이뤄졌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곽씨는 “국정원은 우리 가족들이 인터넷으로 뭘 하는지 모두 엿보고 있었다”며 “국정원이 우리 집 안방에 들어와 앉아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두 달 동안 패킷 감청을 하고도 법원에 제출한 증거는 단체 누리집에도 공개적으로 올렸던 서류를 동료에게 전송한 두 통의 전자우편뿐이었다. 곽씨는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의 한지현 활동가는 “수사 목적의 감청을 허용한다 해도, 전자우편은 물론 웹서핑 내역까지 사생활의 모든 영역을 제한 없이 파헤치는 저인망식 수사에 대해서는 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법원에 의해 발부받은 영장에 따라 합법적으로 통신제한 조처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패킷 감청은 인터넷 초창기부터 이론적으로 가능했지만, 회선과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지는 등 기술 발달로 최근에야 실현이 가능해졌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국내외 사이트를 가리지 않기에 외국의 전자우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이버 망명’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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