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 김주현씨 자살사건 일지
근로감독진정 취하 조건
재발방지 약속 등 받아내
과로 등 호소끝 기숙사 투신 김주현씨 97일만에 영결식
재발방지 약속 등 받아내
과로 등 호소끝 기숙사 투신 김주현씨 97일만에 영결식
97일. 힘없이 고개를 떨군 국화가 누렇게 바랬다. 그 사이 계절은 혹한에서 봄빛으로 달라졌다. 꽃 같은 청년이 시든 빈소엔 촛불만이 타고 있었다.
17일 새벽 찾은 충남 천안시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김주현(26)씨 빈소. 유족들은 짐을 막 정리하던 참이었다. 지난 1월11일 충남 아산 삼성전자 탕정사업장 기숙사 13층에서 이 회사 직원 김씨는 몸을 던졌다. 가족들의 축하를 받으며 입사한 지 373일 만이었다.
유족들은 과중한 근무시간과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을 얻어 결국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회사 쪽에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또 사건이 일어난 새벽에 무려 네 차례나 김씨가 자살 시도를 했는데도 회사 쪽에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 김명복(56)씨는 “삼성에 다니는 노동자라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이런 세계가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사건 발생 직후 확인된 김씨의 공책에는 “12시간 근무=기본” “1년은 난 죽었다”는 문장이 남아 있었다. 또 김씨의 사망 당일 주검을 검안한 순천향대 천안병원 응급의료센터의 기록에는 “우울증” “suicide(자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회사 쪽에서 자살 시도를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지만, 삼성 쪽은 인정하지 않았다.
아버지 김씨와 삼성전자 쪽은 지난 15일 회사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 종이 한장 받아내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 같은 날 유족들은 지난 1월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삼성전자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해달라며 낸 진정을 취하했다. 회사 쪽에서 합의 조건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이날 김씨가 지냈던 공장 기숙사를 찾았지만, 회사 쪽의 통제로 채 10분도 머물지 못했다. 유족들은 천안추모공원에서 화장한 김씨의 유골함을 당분간 인천 집에 두기로 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지킴이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재발방지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천안/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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