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성 지원센터 천민영 팀장
10대 여성 지원센터 천민영 팀장
인간다운 삶 보장이 최우선 과제
인간다운 삶 보장이 최우선 과제
“가출 청소년이 모두 비행 청소년은 아니잖아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절박한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게 가장 중요해요.”
10대 여성 일시지원센터 ‘나무’의 천민영(32) 팀장은 지난 8일 저녁 서울 관악구 지하철2호선 신림역 근처에서 거리의 아이들 구호 활동인 이른바 ‘아웃리치’(outreach)에 나서며 힘줘 말했다. 아웃리치는 가출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해 지원하고 가정 복귀를 돕는 구호 활동이다.
저녁 8시40분께 천 팀장은 햄버거점 2층에 서둘러 올라갔다. 중학교 3학년 또래인 여학생 2명과 남학생 1명이 웅성거렸다. 한 아이가 실수로 매니큐어를 엎질러 경찰관까지 다녀갔다고 했다. 천 팀장은 아이들을 안심시키고는 잠시 쉴 만한 곳에 데려가 김밥, 빵, 음료수 등을 건넸다. ‘가출은 왜 했니?’, ‘집은 어디야?’라고 묻기 전에 “너희 씻을래? 다친 데는 없니?”라고 물었다.
“아이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게 핵심이에요.” 아이들은 탐색하며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꼭 아픈 데가 없는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부터 먼저 묻는다고 했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돌볼 줄 모르는 아이들은, 건강부터 챙기는 천 팀장을 ‘쌤’이라고도, ‘엄마’라고도 불렀다.
천 팀장은 8년 전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할 때 아이들을 성폭행한 교사가 사직서 한 장으로 처벌을 피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쉬쉬 하는 학교를 보면서 학교 안에서 아이들을 위해 해줄 것이 없구나라고 느꼈어요.” 이후 서울 와이엠시에이(YMCA) 청소년쉼터, 대안학교 등에서 일했다. 길거리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 상담하고 지원한 지는 4년째다.
‘나무’(02-3280-7947)는 올해 2월 서울 동작구 상도4동에 둥지를 틀고, 가출한 소녀를 보살핀다. 시민단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에 참여한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건물 임대료를 보탰다. 서울시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한다.
나무 2층은 아이들이 부담없이 찾아올 수 있게 ‘카페’처럼 운영하고, 3층은 가출한 아이들의 쉼터다. 옥상에선 흡연도 허용한다. 아이들이 마음을 추스르는 게 먼저이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숙식보다 긴급 지원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친권자인 부모에게 의무적으로 연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집이 싫어서 나온 아이들을 떠밀듯 해서 돌려보낼 수는 없잖아요.” 아이들의 귀가 여부는 아이들의 뜻을 존중한다. 일자리를 찾으면 일을 배울 수 있는 쉼터를 연결해준다.
“친권과 생존권 가운데 무엇이 먼저인가요? 아이들 누구나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최우선이죠.” 경찰청 집계로 2010년에만 청소년 2만2200여명(여 1만3400여명, 남학생 8800여명)이 거리로 나오는 현실에 대처하려면, 진료와 자립을 도와주는 더 많은 쉼터 등 다양하고 강력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천 팀장은 호소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