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는 정부 최종안이 유력하게 떠오르면서 국민연금 가입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6월11일 오전 서울역에서 열린 ‘노후를 지키기 위한 국민연금 1045운동’ 전국캠페인 선포식이 열린 가운데 한 노인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기초연금 ‘차등지급안’ 논란
박 대통령 ‘20만원 공약’만 믿고
임의 가입자 상당수 연금 이탈
청장년층 기초연금 반토막 날듯
현행 노령연금보다 못할수도
자칫 세대갈등으로 이어질 우려
박 대통령 ‘20만원 공약’만 믿고
임의 가입자 상당수 연금 이탈
청장년층 기초연금 반토막 날듯
현행 노령연금보다 못할수도
자칫 세대갈등으로 이어질 우려
정부의 기초연금 정책이 소득수준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는 안에서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 차등지급 쪽으로 선회함에 따라 ‘공약 파기’ 논란에 더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까지 사게 됐다. 자칫 세대갈등까지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소득’ 대신 ‘국민연금’ 연계로 돌아선 까닭은? 정부는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제시한 방안 가운데 소득 하위 70%의 65살 이상 노인에게 소득 또는 국민연금과 연계해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는 두 가지 방안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다. 애초 유력한 안으로 거론되던 소득 연계 기초연금안은 소득하위 0~30%, 31~50%, 51~70% 등 세 계층으로 나눠 차등지급하는 안이었는데, 중하위층을 비롯한 노인 다수가 빈곤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이 안으로는 빈곤 해소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 가운데 소득 기준을 버리고 국민연금 연계 쪽으로 돌아선 까닭은, 보건복지부 셈법에서는 기초연금 최대 액수인 20만원을 받는 노인 인구가 국민연금 연계 때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안대로라면 소득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것보다 20만원에 해당되는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들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소득 하위 70%’에게만 ‘차등지급’을 하는 방식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꼴찌를 달릴 정도로 심각한 노인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는 남는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노동팀장(변호사)은 “(노인 70%에게만)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하게 되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물론 노후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 국민연금 가입자 반발 불보듯 연금 전문가들 및 관련 시민단체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 수준이 취약한 상황에서 기초연금은 이를 뒷받침하는 형태가 돼야 하는데,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차등지급하게 되면 국민연금의 성실 납부라는 사회보험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민연금을 오랜 기간 성실하게 낸 사람일수록 기초연금은 덜 받게 되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꾸준히 낼 동기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26개 단체가 가입한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연금행동)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사람들의 역차별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일괄지급 공약을 믿고 이미 국민연금을 탈퇴한 이들의 혼란도 우려된다. 가입 의무가 없지만 노후 대비책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했던 임의가입자들 상당수가 박 대통령 당선 뒤 ‘노후에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는 생각으로 국민연금을 탈퇴했다. 국민연금공단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임의가입자는 20만7800명가량이었지만 지난 3~5월 석달 동안 1만명가량이 해지하는 등 7월까지 모두 2만명가량이 국민연금에서 이탈했다.
■ 20~50대 ‘미래 노인’도 불이익 국민연금 연계 차등지급안은 세대차별로 인한 갈등의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예상되는 평균 납부기간을 25년가량으로 잡을 때 현재 20~50대 가운데 많은 이들이 65살 이후 기초연금을 10만원만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적은 보험료를 낸 현재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은 20만원 가까운 혜택을 보는 것과 대비된다.
현행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미래의 노인’인 20~50대들은 2028년 이후 국민연금 가입과 관계없이 현재가치로 2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즉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현행대로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부르는 셈이다.
김잔디 연금행동 간사는 “현세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는 기초연금액이 늘어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20~50대 청장년층에서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공적연금이 삭감되는 것이어서 결국 전체 경제활동인구나 중간층의 노후 불안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손준현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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