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지급액 비슷하지만
‘소득 연계가 설득 쉽다’ 판단한듯
정서적 저항 덜려는 정치적 선택
‘소득 연계가 설득 쉽다’ 판단한듯
정서적 저항 덜려는 정치적 선택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사적인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안을 반대해온 사람이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자신의 소신은 기초연금 최종안으로 채택된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안’이 아니라, 소득 구간별로 차등지급하는 ‘소득수준 연계안’이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진 장관이 청와대와 갈등을 겪으면서까지 국민연금 연계안에 반대한 까닭은 뭘까?
전문가들은 ‘소득 하위 70% 대상’, ‘차등지급’이라는 두 개 조건만 놓고 보면 국민연금에 연계하든 소득수준에 연계하든 결과적으로 기초연금을 수령하는 대상과 지급액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소득수준이 대체로 비례하기 때문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사람일수록 소득은 높게 돼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한 이는 소득 인정액에 포함되는 연금 수령액도 많기 때문에, 소득수준 연계안으로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기초연금을 덜 받는 구간에 놓일 수밖에 없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김원섭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기초연금 수급자 소득의 30%는 국민연금 소득”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오랫동안 안정적인 노동을 했다는 것이어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은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산에 있어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을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진 장관이 국민연금 연계안에 끝까지 반대한 까닭은 정치적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내용적으로는 비슷하더라도, 국민연금 연계안은 현재 불거지고 있는 논란에서 볼 수 있듯 국민연금 가입자의 정서적 저항이 훨씬 세다. 기초연금 수령 대상이 축소되면서 공약 파기 논란을 부를 게 뻔한 상황에서 그나마 소득수준 연계안이 국민을 설득하는 데 유리하다고 본 셈이다. 오건호 위원장은 “정서적으로는,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기초연금을 덜 주는 안이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나았을 것이다. 국민연금 연계안은 당장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부을수록 불이익을 준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진 장관이 정치적 명분에 집착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의 소신에 매달린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라는 두 개의 큰 축을 연계하는 언급을 한 바 있다. 김원섭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두 연금을 통합운영하는 게 맞지만, 우리나라는 연금에 대한 불신이 커 가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주무 장관도 기분 나빠할 정도로 정책에 대한 의견수렴 통로가 좋지 않다. 대통령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시사게이트#12] 박대통령의 ‘후불제 공약장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