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 내걸었던 핵심 복지공약 가운데 하나인 정부의 ‘기초연금법 제정안’을 놓고 공약 후퇴 또는 파기 논란이 일고 있다. ‘65살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일괄 지급하겠다는 기초연금 도입’ 공약은 전면 수정됐고, 급기야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까지 했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는 국회 심의에 앞서 기초연금 이슈를 둘러싼 쟁점을 점검하기 위해 여야 의원과 복지 전문가를 초청해 특별좌담회를 열었다. 지난 10일 이창곤 소장의 사회로 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회에는 안종범 의원(새누리당)과 김용익 의원(민주당),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경제학), 문진영 서강대 교수(사회복지학)가 참석했다. 여야 의원들의 바쁜 국회 일정으로 예정보다 30분 늦게 이뤄졌고, 대담 시간도 1시간30분에 그쳐 아쉬움이 많았다. 좌담회는 또한 기초연금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가 매우 첨예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앞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이창곤(사회자) 기초연금이 정국의 뜨거운 이슈다. 최근 정부안이 최종 발표됐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퇴한데 이어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한쪽에서는 공약 후퇴이고, 사기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나라 살림이 메마른 상황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정부안에 대한 평가부터 해달라.
김용익 민주당 의원(이하 김용익) = 공약 파기인 동시에 사기다. 공약의 연기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연기인지는 4년 후에 판단이 가능하다. 우선 공약의 파기는 ‘모든 노인’이 ‘70% 노인’으로 축소된 것, 소득향상에 따라 올려주도록 돼 있는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물가 앙등에 따라 올려주는 기초연금제도로 바꾼 것 등이다. 이러면 현재 노인들도 7년 후부터는 기존 제도보다 손해를 보게 되고, 15년 후에는 현재보다 절반 밖에 안되는 연금이 돼버린다. 다음으로 공약의 사기라고 하는 것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감액한다는 구상을 숨기고 20만원씩 준다고 속인 것이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동해 감액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이하 안종범) 기초연금을 모든 어르신들에게 드린다는 것에서 상위 30%에게 못 드리는 것으로 바뀐 것은 공약을 못 지킨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공약가계부를 통해 201개의 공약에 대해 재원 대책까지 소상히 보여주고 꼭 지키겠다고 했다. 기초연금도 모든 어르신들에게 드린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했지만,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화하고 국민연금과 통합한다는 것은 공약집에 분명히 포함되어 있다. 그 의미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한다는 세부내용은 없지만 전체적인 틀에는 포함된 내용이다.
텔레비전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국민연금과 연계해 기초연금을 통합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는 녹취록을 확인해보면 된다. 모든 것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하겠다고 한 것이다. 재원의 경우 그 당시 14조 7천억원 정도 추가해 총 40조 정도로 생각했었다. 2004년 이후부터 국민연금의 경우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이원화하자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2007년 당시에도 발의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속이고자 했다는 것은 오해다.
상위 30% 노인에게 당장은 기초연금을 못 주고, 국민연금과 연계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노인빈곤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3.5%인데 우리는 45%가 넘는 수준이다. 더욱이 노인빈곤률과 독거노인 비율이 늘고 있다. 노인 빈곤층에 계시는 분들이 빨리 구제받기 위해서는 당장 70%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우선이다. 향후 국민연금이 성숙해졌을 때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고 소득수준이 낮아서 빈곤에 처할 수 있는 어르신들이 생기면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기초노령연금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차원에서 이야기 한 것이다. 재원 불충분의 문제는 미래세대가 지게 되는 부담이 많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연결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있고 차등지급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노후소득보장체계 안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면 두 연금을 한 개로 보고, 같이 운용하고, 지속가능하고, 미래세대의 부담도 생각하는 의미에서 여·야간 최적점을 찾았으면 하는 것이다.
김용익 지난해 대선 당시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를 박근혜 후보가)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텔레비전 3차 토론에서 “기초노령연금이 아니라 국민연금 체제에 포함시켜서 그렇게 되면 비용을 줄일 수 있고”라고 이야기했다. 말하는 이의 의도 보다는 듣는 이가 어떻게 이해했는가가 중요하다. 국민연금과 연계해 20만원 주겠다고 이해한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 공약집에 있는 국민연금과 ‘통합’이라는 말은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주 애매한 말이다. 대선 당시에는 아무도 이 말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감액 지급한다는 의미로 해석한 사람이 없었다. ‘국민연금과 연계해 감액 지급한다’고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것을 왜 이렇게 수수께끼 같은 말을 썼을까. 의도는 자명하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어떻게 보나?
사회자 대선 공약집에 기록된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화하고 국민연금과 통합한다’는 문구의 ‘통합’은 무슨 뜻이었나?
안종범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시절이던 2004년 국민연금이 사각지대도 워낙 넓고 빈곤층의 상황이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이원화해서 기초연금화하하여 모든 국민을 1인 1연금화 하자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요 정책이었고 법안으로 발의했다. 노무현 정부도 기초연금안 초안을 제출했는데 전체 노인의 45% 수준이었다. 보수정당이 오히려 국민연금을 보편주의로 만들겠다고 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고 합의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따로 가면 항구적인 제도가 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통합하도록 했고, 연금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하도록 했다. 그 때 얘기했던 통합이란 당연히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다. 연계라는 표현을 안 썼다고 해서 그 때 의도와 다르다고 말하는 것은 오해다.
사회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란 표현을 일찍이 했는가, 그렇지 않았는가,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가 등을 밝히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통합’이 과연 적절한가의 여부다. 이에 대해 말씀해 달라.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이하 김용하) = 새누리당 대선 공약에서 통합이라는 부분은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도입한) 2007년 연금개혁 때 합의 사항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2007년 연금개혁에서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제도가 완전히 정리된 체제가 아니라 조정이 필요한 체제라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따라서 국회에서 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는 것으로 했는데 18대 국회 때 합의를 보지 못했다.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대선공약에 ‘통합’ 이라는 구절이 들어 간 것은 2007년 연금개혁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사실 국민연금제도를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이원화하고,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전환시키는 다층구조 개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지만, 인수위에서는 현재의 국민연금은 그대로 두고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은 그대로 두고 기초연금을 국민행복연금이라고 이름 붙이고,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더 많이 주는 방식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인수위 공약의 정책화를 위해 구성된 국민행복위원회에서는 국민연금에 더 길게 가입하여 연금액이 더 많은 사람에게 기초연금을 더 많이 주는 것은 연금 사각지대 해소에 주 목적이 있는 기초연금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제안이 있었다. 따라서 최종 정부안에는 국민연금액이 높으면 기초연금이 감액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이하 문진영) 인수위 시절, 대선 시절을 따지고 들어가기 보다는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논의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세금으로,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부담으로 운영되는 것인데, 통합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이를 설명해야 한다. 2007년 기초노령연금법을 통과시킬 때 여야 합의로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은 변급하지 않겠다고 합의를 했었다. 통합 운영을 한다면 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나누었는지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기초연금은 사회 수단으로 이해를 하면 혼란의 상당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 아동들에게 교육을 지원하듯이 노인세대들에게 사회적 ‘효’를 체계화하고 제도화하는 의미에서 기초연금을 설계한다면 이 모든 문제는 해결 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사각지대가 광범위할 경우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해 통합한다면 형평성 문제는 피해갈 수 없다. 두 연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초연금,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각 개별 제도가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노후의 안정적 소득보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전체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를 보는 상반된 시각
사회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를 놓고 세대 간 형평성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안종범 한국에서 국민연금은 성숙 속도가 매우 느리다. 현재 노령연금 수급률이 30% 정도 밖에 안 되고, 2040년이 돼도 50%가 안된다. 그런데 고령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노인빈곤률은 높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설사 현재 재정상 가능하다고 해도 향후 재정 부담의 문제가 매우 크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20~30대가 연금에 대해 인식하는 세대 간 형평성의 문제가 심각한데, 그것이 훨씬 더 심각해진다. 따라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이나 급여수준과 연계해서 노인 70%에게 차등지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 미래세대에 대한 재정부담이 많은데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면 부담을 더 지우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안을 마련한 것이다. 현재 기초연금 부분이 다음세대는 적게 지급된다는 것에 문제제기 되는데 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와 노인빈곤, 지속가능성이나 재정여건까지 다 고려해야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올바르게 논의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용익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민연금에 줄 악영향이 치명적이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국민이 3분의 1이나 되어 큰 문제인데, 국민연금 정책에 성실히 기여한 연금 수급자에게 어떻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가. 만약 불이익을 준다면 국민연금을 탈퇴하는 국민도 많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 나아가 정부에 대한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것이다. 기초연금 재정을 절감하자고 지급액을 줄이고 국민연금 제도를 흔들면 노인빈곤문제는 더욱 크게 악화된다.
사회자 정부안에 대해 국민연금에 성실하게 가입한 사람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준 50대들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보도도 있었다.
안종범 연금제도는 세대 간 유·불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하나만 봐서는 안된다. 나도 50대인데, 우리 세대는 분명히 국민연금 급여에서 다른 세대보다 세대 간 재분배 혜택을 받는다. 급여율이 처음에 70%로 시작해서 60%, 40%로 떨어졌지만 가입한 기간의 급여율은 다 보장을 받기 때문에 다음 세대보다 국민연금 급여에 관해서는 훨씬 큰 혜택을 받는다. 지금 가입한 세대는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다. 그래서 국민연금이 손해라고 탈퇴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고 결코 손해보지 않는다. 어떤 상품보다 국민연금의 혜택이 평균 1.8배, 최저 1.3배, 최대 5.5배로 높다. 국민연금이 손해라는 것은 오해다.
김용익 국민연금은 아무 변화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 얘기할 필요가 없다.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바뀌면서 국민연금을 오래 가입한 사람들에게는 감액 지급하여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 정부의 의도이다. 즉 성실한 가입자에게 손해를 보게 하자는 것 자체가 이번 제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핑계를 대는데 2028년을 기준으로 현행제도를 그대로 두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 정부안으로 고치면 2.4%정도다. 이 차이를 가지고 전자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후자는 지속가능하다고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다.
안종범 0.4%의 차이에 대해 크다, 작다 말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기초노령연금 제도 도입 당시 이것이 오래갈 제도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 동의했다. 앞서 말했던 통합이란 세 가지가 있는데, 재정의 통합, 제도의 통합, 행정의 통합이 있다. 재정통합의 경우 재정은 이번에 분명히 분리한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 처음에 한나라당 안으로 국민연금을 이원화할 때 기초연금 재원을 전액 세금으로 하자, 전액 보험료로 하자, 반반씩 섞자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그 중 전액 세금으로 하자는 안이 일부 채택된 것이다. 행정통합은 누구나 빨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이전까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하던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행정체제를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면서 지자체에 떠맡기다보니 사각지대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재원부담도 생겼다. 그래서 25%를 지방비 부담으로 했다. 만약 그 당시 한나라당 안으로 했다면 전액 국고로 하고 행정 통합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반대가 있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게 더 지속가능하다고 했는데 야당은 반대했고,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고 차후에 다시 논의하자고 했던 것이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노후소득보장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큰 시각에서 통합 논의가 진행된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서 세수의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 말하면, 원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은 다 인식했다. 그것 때문에 기초연금을 이야기 할 때 국민연금과 통합하고,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약하고, 재원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속인 것도 아니고, 몰라서도 아니었다.
문진영 정서적인 면에서 접근을 잘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공약을 100% 지키지 않아서 화가 나고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다. 재원이 부족하다면 설명을 하고, 임기 내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방어하는 것은 실망스럽다.
한정된 재정으로 정책을 운영하다 보면,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수정이 있을 수는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부의 사정을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설득시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입법예고안의 우려스러운 부분은 일반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범위 내에서, 장기적으로 수급자의 급여가 삭감되고 있는 점이다. 기본연금액을 정할 때 물가상승률만 반영하고, 실질임금상승률은 반영을 안 한 점 등이다. 지난 10년간 A값(최근 3년간 국민연금 전체가입자의 월 평균소득)의 추이는 물가상승률 보다 0.7% 정도 높다. 따라서 이 차이가 20년, 30년 축적되다 보면 그 후에는 많이 떨어지게 된다. 밝혀지지 않는 점으로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또 하나 더 지적하자면, 시행령에 산출방식, 적용기간, 기본연금 조정 등 제도의 기초가 되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 위임되어 있다. 노인들의 입장에서 권리로서 기초연금 수급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시행령, 시행규칙에 대거 위임함으로서 예산상의 이유로 크게 깎일 수도 있는 것인지 불안하다. 나아가 예산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의 예산에 따라 연성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김용하 전체 노인 70%를 대상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한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들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상당히 노력했다고 공감하는 듯하다. 국민연금 연계 등으로 차등지급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70%의 어르신 중에 90%한테 20만원씩 지급한다. 나머지 10% 중에서 5%는 15만~20만원, 다른 5%에게는 10만~15만원 정도 지급한다. 따라서 기초연금 정부안을 공약 파기로 몰아가는 과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기초연금 가치연동방식으로 소비자물가상승율로 한 것은 입법 기술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기초연금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와 같이 일종의 복지급여로 보고 동일한 방식으로 채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기초연금 20만원은 국민연금 A값의 10%에서 나온 개념이므로 A값의 변화에 따라 기초연금을 연동하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정부가 기초연금을 물가상승율로 연동하지만 5년마다 재평가를 통해서 조정한다는 규정이 있으므로 기초연금 급여수준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같이 보험료를 납입함으로써 발생한 권리와는 다르게, 국민의 인간 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헌법정신에 기반을 둔 사회권적 권리를 실천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다소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안종범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만약 A값 연동으로 할 경우, 우리나라에 경제침체기가 오면 임금상승률이 마이너스다. 그런 식으로 했을 때 최저보장 금액이 왔다 갔다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는 일단 물가상승률로 연동으로하고, A값 상승률이 더 높다는 문제는 5년에 한 번씩 조정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과거 몇년 치를 보더라도 A값 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비교해보면 물가상승률이 항상 1% 정도 더 높았다.
문진영 그 부분은 자료가 다른 것 같다. A값 부분과 물가상승률을 보면 A값 부분이 항상 더 높았다. 지난 10년 동안 보면, 물론 실질임금상승률은 훨씬 더 높다. 0.7%정도 A값 상승률이 높았다. 상식적으로 A값이 더 높은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사실 몇%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건 철학의 문제이다. 최저임금액이나 최저생계비 그리고 기초연금의 경우는 반드시 동 시대인들의 생활실태를 반영해야, 같이 손잡고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기초연금액의 결정을 단순히 물가상승률만 반영한다면, 이들을 동 시대인들의 생활실태와 유리시켜서 장기적으로는, 기초연금액을 받는 하위 70%의 노인과 상위 30% 노인을 가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안종범 제가 복지부에 요청해서 받은 자료에는 최근 5년은 A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낮다고 나타나 있다.
김용하 최근 3년간은 물가상승률이 A값보다 더 높다. 하지만 최근 10년간은 0.6%정도 A값 상승률이 조금 더 높다. 따라서 정부가 단순히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물가상승률로 연동하고자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A값에 연동하면 일정 금액으로 규정하는 것과는 달리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선거에 편승하여 기초연금 금액을 일방적으로 올리는 것이 제약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물가상승율에 연동하는 것이 반드시 재정절감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시키는 것은 반대하면서 급여연동 방식은 국민연금과 연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없는 것이다.
기초연금 논란, 해법없나
사회자 기초연금 공약 후퇴와 관련해 대통령이 사과 발언을 하면서 앞으로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서 조세의 수준과 복지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연금 문제를 국민대타협으로 풀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의 국민대타협위 발언이 증세의 신호라는 추측도 나오는데?
안종범 앞으로 좋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꼼수를 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거 당시부터 공약 가계부를 이야기했다. 공약 가계부의 재원조달을 할 때 세출을 줄이고 세수를 확충한다고 했다. 세수 확충의 순서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비과세·감면 정비하고 금융부문의 과세를 강화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하다면 공약한 것을 줄일 것인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 증세를 할 것인지의 맥락에서 이야기 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말한 것이지 증세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국민이 증세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면 못하는 것이다.
김용익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재원조달 방안은 민주당도 똑같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다. 새누리당에는 부자감세 철회안이 없다는 것이다. 부자감세의 철회는 향후 모든 조세개혁안의 마중물이 된다. 그것 없이 다른 조세개혁안이 어떻게 국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겠나? 새누리당이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철회와 증세를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복지정책의 축소를 시도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즉 부유층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이익을 희생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회자 정부안은 어쨌든 내년부터 (기초연금을) 시행하기로 계획돼 있다. 현재의 상태라면 이 일정대로 진행될까?
김용익 대화와 타협을 거부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정부·여당에 어떤 융통성이 있을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대화와 타협이란 서로 양보할 대안이 있어야 성립되는 것이 아닌가?
김용하 결국 국회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여야가 예전처럼 3년, 4년 두고 논의할 수 없다. 연말까지는 합의를 봐야 한다. 그리고 기초노령연금제도를 기반으로 해서 기초연금제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행정적 준비는 거의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여야가 합의만 하면 이 제도는 즉각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여야가 곧 합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진영 저도 그렇게 기대한다.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대타협위원회 등 여러 위원회가 있는데 구성과 권한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구색만 갖추는 위원회가 될까 걱정도 된다.
안종범 (기초연금 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3월 노사정 대표 등으로)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구성되었었는데, 좁은 의미의 대타협위원회라고 생각된다. 관련 이해단체와 부처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합의문도 만들고, 차등지급에 대한 두 가지 안도 제안했다.
문진영 그러나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가 중요하다. 대타협위원회라면 상대가 있는 것이고, 상대가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과, 약속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위원회는 너무 불쑥 나온 듯하다. 과연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위원회가 될 수 있는지 걱정된다.
김용익 민주당은 현재의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이 보장하는 대략 50%의 소득대체율 밑으로 내려가는 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 이보다 소득대체율을 더 낮추는 것은 2007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20% 내리고, 대신 기초노령연금으로 10% 정도를 올려 전체적인 소득대체율을 50%로 하자고 한 여야 합의를 어기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과 연계하여 감액지급하는 방식도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이는 국민연금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정부의 기초연금법안이 국회로 오더라도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 심의는 불가능하다. 정부·여당의 재고가 있어야 한다.
사회자 소득대체율 50%는 확실히 지켜져야 하고 연계 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안종범 만약 그렇다면 접점 찾기가 불가능 할 것이다. 노인빈곤이 엄청나게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고,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안을 도출한 것이다. 만약에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예산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다면 차등하지 않고 주는 게 낫다. 하지만 차등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차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소득 연계를 할 때 생기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안을 만들었다. 민주당이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정쟁을 떠나 접점을 찾기 위해 논의했으면 좋겠다.
김용익 정쟁의 수단으로 반대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새로운 복지제도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방향이 너무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 개별급여 지급 개선인가, 개악인가
사회자 보건복지부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면 생계급여, 주거급여 등 7개 급여를 일괄 지급하던 것을 앞으로는 월 소득인정액에 따라 7개 급여를 각각 따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수혜자가 83만 가구에서 110만 가구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대상자 선정 여부에 따라 ‘전부 혹은 전무’라는 문제가 해소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기초생활보장이라는 도덕적 기초와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개악 또는 수급자를 늘리겠다는 꼼수라는 지적이 있다. 안종범 의원이 이에 대해 먼저 설명해 달라.
안종범 차상위 계층이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7개 급여를 일괄지급하는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하는 제도는 더 이상 가면 안되겠다 생각한다. 그래서 재원은 더 들지만 7개 개별 급여 지급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또 최저생계비를 선진국형으로 최소소득 기준으로 130%를 맞추는 등 더 진전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것을 고용과 연계해 복지정책으로 쓰자는 취지이다. 이런 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제기가 있지만, 통합 급여에서 개별 맞춤형 급여로 빨리 전환시켜서 빈곤층을 도와야 한다. 조금 부족한 것은 근로 장려세제와 함께 봐야 하는데 그것이 아직 부족하다. 맞춤형 급여체계와 근로 장려세제 이 두 축이 빈곤대책에 굉장히 중요하다.
문진영 사실 개별급여 논란은 구분 자체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 차상위계층이 생계급여를 받지 않는 대신에 개별급여를 받는 것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설계할 때부터의 하나의 디자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상의 이유로 차상위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거의 주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 설계의 문제라기보다 예산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설득만 된다면 기존 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얼마든지 개별급여로 갈 수 있다.
그런데 현 정부가 시도하려는 개별급여로의 개편안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제도적 기준인 최저생계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최저생계비는 수급자 선정기준과 급여수준을 일치시키는 그야말로 제도의 골간이 되는 핵심적인 내용으로, 수급자는 자신의 소득인정액과 급여를 합해서 최저생계비 이상이 되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다. 이것이 사회적 권리다. 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행정부의 재량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권리의 효시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런 면에서 최저보장수준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기존의 최저생계비를 무력화 시켜선 안된다. 선진국에서도 공공부조제도에 급여기준이나 선정기준으로 상대적 빈곤을 사용하는 나라는 없다. 게다가 생계급여기준선을 중위소득의 30%를 기준으로 한다고 하는데, 이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중위소득 30%를 고려하여” 행정부가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나중에 행정부가 고려했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중위소득의 30%가 아니라 20% 수준으로 생계급여기준선을 정했다고 해도 수급자의 입장에서는 아무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기초연금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을 시행령에 위임해 행정부의 재량으로 하는 것과 맥락이 같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권리는 법에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어느 정부라도 약속할 수 없다. 그런데 권리형 급여에서 행정부의 재량형 급여로 전락시킨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
안종범 지금 상황에서 뭔가 전환하는데 있어서 기존 틀을 두고 가는 방법이 있지만, 정부가 이야기 하는 맞춤형 급여는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 처음에 돈이 많이 든다며 반대하던 재정 당국도 공감대가 형성돼 설득이 된 상황이다. 중위소득으로 할 것인지 최저생계비로 할 것인지 다시 논의해 봐야 하지만, 지금의 방향 자체는 반드시 실행됐으면 한다.
이창곤 장시간 동안 수고하셨다.
정리 김동훈 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cano@hani.co.kr